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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폰맹 엄마의 바보같은 문자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중등부 대상

이유진 기자  |  2007.12.06 16:18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중등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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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처럼 된다. 이유진(대전 대성여중 3학년)양과 어머니의 사례는 지긋지긋하게 끈적끈적한 모년지간이 느껴진다.

"외고 입학하겠다고 준비하느라 한창 신경이 예민했었어요.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엄마를 기계치라고 타박한게 마음에 걸렸죠."

모질게 한 만큼 먼저 꼬리를 내린 건 유진양이었다. 하지만 기계에 관한 한 손빠르지 못한 '엄마' 때문에 또 한번 부글부글 신경질을 부렸다.

또 한번 냉랭해진 모녀관계. 그래도 결국 어머니는 사랑이다.

입학시험을 보러 간 날도, 낙방소식을 전해 들은 날도 격려와 위안이 필요한 순간 찾아온 것은 모성에 찬 문자메시지였다.

"단 세 글짜. '딸 힘내'가 오타에 띄워쓰기도 안돼 '달힘내'로 왔는데, 어찌나 웃기던지요. 엄마 때문에 감동 좀 받았어요. 공부요? 열심히 해야죠."



“엄마가 무슨 문자를 배운다고 그래! 엄만 어려워서 배우지도 못해!” 우리 엄마는 컴퓨터도 잘 못 다루시고 휴대폰도 전화기능 외에는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시는 기계꽝 엄마다.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부 기능도 한 달 쯤 걸려야 간신히 익히시고, 알람기능이나 기타 기능들은 사용법이 어렵다며 사용할 엄두도 못 내신다. 그러던 우리 엄마가 2주 전 쯤 갑자기 나에게 문자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 소리를 듣고 사실 나는 조금 놀랐다. 엄마께서 문자를 배우신다니……. 걱정이 앞섰다. 사실 엄마께서는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하시기 며칠 전부터 직장에서 다른 분들이 아들, 딸들과 친구처럼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내심 부러우셨는지, 계속 은연중에 대체 문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하곤 하셨다.

그 때까지만 해도 퉁퉁거리시는 엄마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다 마시겠거니 해서 문자 가르쳐 드리기를 미루고 또 미루었다. 그 때 내가 한창 외고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여서 신경도 약간 날카로워져있었고 외고 준비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좌절도 많이 해서 그런지 그 때 당시의 나의 상태나 기분은 한 마디로 '매우 나쁨‘이었다.

그래서 계속 해서 나에게 문자 배우시기를 바라시는 엄마가 짜증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엄마께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엄마가 무슨 문자를 배운다고 그래! 엄만 어려워서 배우지도 못해!”

사실 나는 그 때 상당히 짜증이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래서 엄마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온 엄마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다.

“뭐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너 너무하다. 그래, 내 나이에 무슨 문자는 문자니, 됐어, 관두자, 관둬!”

엄마의 차가운 대답을 듣고 나는 그 자리에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엄마께서 그렇게 풀이 죽으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뒤로 며칠 간 나와 엄마사이의 대화는 끊겨버렸다.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엄마가 화를 내신 다고 생각해서 더 화가 났었다. 그까짓 문자 때문에 왜 나한테 그렇게 화를 내시나 이해할 수 없었고, 엄마가 마냥 밉게만 느껴졌다.

엄마와의 냉전기도 벌써 며칠 째, 답답함을 느낀 나는 엄마께 먼저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일찍 들어와요. 엄마! 문자 쓰는 거 가르쳐줄게….’
문자를 보내 놓고도 내심 불안함을 느꼈다. 엄마가 아직도 화나있으면 어쩌나, 이젠 문자 안 배워도 된다고 다시 차갑게 말하시면 어쩌나 두려웠다.

그 날 밤, 엄마께서는 내 문자를 보셨는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 돌아오셨다. 처음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쩔쩔 매고 있는 나에게 엄마께서는 언제 싸웠냐는 듯 해맑게 문자 사용법을 물어보셨다. 덕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께 문자를 가르쳐 드릴 수 있었다.

“엄마! 그게 아니잖아! 아휴~ 답답해. 그건 취소 버튼이라니까. 그 밑에가 ‘ㄴ’이야.” 엄마와의 단란한 시간도 잠시, 엄마와 나는 또 다시 갈등의 관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엄마께서 처음이라 못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나는 또 다시 나의 기분만을 생각해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엄마께서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도 나에게 계속해서 문자 사용법을 배우셨다. 엄마께서 서투르셔서 생각 외로 가르쳐 드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의 짜증은 다시 한 번 폭발하고 말았다.

“엄마! 제발, 지금 몇 번째야! 나 이제 곧 시험이잖아. 공부해야 한단 말이야. 이젠 좀 혼자 해봐! 아, 짜증나 진짜. 엄만 정말…….”

이건 정말 내가 말하고도 아차 싶었다. 아무리 짜증이 나도 엄마께 짜증난다고 말하는 건 아니었는데……. 엄마께서 순간 얼굴이 붉어지시며 미안하다며 방을 나가셨다. 아, 나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또 다시 엄마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시험 날까지 나는 되도록 엄마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학교에도 일찍 가고, 학원에서 늦게 돌아오곤 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나에게 미안해하시며 방을 조용히 나가셨던 엄마의 뒷모습이 잊혀 지질 않았다. 나는 심난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드디어 외고 시험 날이 되었다.

시험 날 아침, 나는 엄마께 간단한 인사말만 남기고 집을 휙 나섰다.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일단 시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 생각은 아예 마음속에서 지우려 했다. 시험을 보러 고사장에 들어가서 휴대폰 전원을 끄려는데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엄마! 순간 깜짝 놀랐다. 엄마가 문자를? 놀란 마음에 서둘러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문자를 확인하려고 버튼을 하나하나 누르는 동안의 시간에도 얼마나 떨리던지…….

‘달잘해’

엄마의 문자는 딱 세 글자였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지만 금세 ‘딸 잘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ㄸ’을 못 써서 ‘딸’을 ‘달’이라고 쓰고, 띄어쓰기도 못해서 다 붙여 쓰고……. 그래도 그 세 글자를 쓰려고 아침부터 애먹었을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에휴~ 이 바보 엄마! 그냥 아침에 말로 하지 그걸 또 문자로……. 바보, 바보, 바보 엄마!

그렇게 나는 엄마 생각을 하며 좋은 기분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다. 시험지의 문제 마다 엄마의 문자 ‘달잘해’가 아른거렸다.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시험에 임했다. 왠지 엄마가 손을 흔들며 격려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께 전화를 했다. 시험 잘 봤다고, 아침에 그 어설픈 문자는 뭐냐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다 했다. 엄마께서는 피식 웃으시면서 그 문자가 뭐 어떠냐고, 그 문자도 장장 20분에 걸쳐서 쓴 문자라고 반박하셨다. 그렇게 엄마의 그 세 글자 문자 덕분에 나와 엄마는 다시 화기애애해질 수 있었다.

외고 시험 합격 발표가 나는 날,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사실 급하게 준비를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내 앞을 가로막으니 적잖이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 보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실망한 마음을 가득 안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 떨어졌대. 히히, 어쩔 수 없지 뭐, 난 어차피 마음 비우고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엄마도 괜찮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려던 나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가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유진아, 엄만 괜찮아! 엄만 네가 제일 걱정이다. 이 일로 너무 맘 상하지 않았으면 해. 엄마 마음 알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에 나의 실망스런 마음이 조금씩 녹고 있었다. 얼핏 직장에 다른 분들이 엄마를 찾으시는 것 같아 엄마께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성급히 끊었다. 왠지 아쉬웠다. 엄마와 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로부터 한 시간 쯤 후,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멍하니 집에서 누워있던 나는 아무생각 없이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뭔가 화면 가득히 적혀 있긴 했는데, 오타 천지인 글자들과 띄어쓰기라곤 조금도 되어 있지 않은 문자에 나는 점점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이 문자는 엄마의 두 번째 문자였다.

나는 그 문자를 확인하고 결국 울고 말았다. 그 동안 엄마께 괜히 화를 내고 짜증낸 것이 너무나도 미안해서, 엄마에게 합격의 기쁨을 안겨 주지 못하여서, 그리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리고…, 이 문자 한 통을 보내는 데 휴대폰을 한 시간 동안 부여잡고 낑낑대며 자판을 눌렀을 엄마의 모습이 훤히 보여서…….

‘우리달힘드럿지고생햇고다음더잘하자힘내라우리달어마가너무사랑해요’

그렇다. 비록 우리 엄마의 문자는 오타 투성이에 띄어쓰기 생략에 해석 불가능 문자지만 나에게 만큼은 그 어떤 문자보다 소중한 문자이다. 'ㄸ‘을 못 써 ’딸‘을 ’달‘이라고 하는 귀여운 우리 엄마, 이제 엄마에게 예쁜 ’딸‘보다는 엄마를 비춰주는 환한 ’달‘이 되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