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2015]<7>확진자 동선 추적에 기여한 '위치추적'…'개인정보 복지국가' 시스템 도입 필요
머니투데이가 '정보사회 新문화 만들기'의 하나로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1년째를 맞았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디지털 문화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필수 기기가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시공을 초월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스마트시대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사이버 왕따', 악성 댓글이나 유언비어에 따른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보안위협,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 과다사용으로 인한 중독 논란의 문제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년층 등 소외 계층의 정보접근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보격차도 커지고 있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u클린] 캠페인은 스마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함께 스마트폰 윤리의식과 기초질서를 정립하는 기존 사업방향은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함께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도래한 스마트시대, 새로운 부작용과 대응방안을 집중 조명하고 긍정적인 면을 더욱 키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메르스 증상이 의심된 상태로 3박4일간 제주도 가족여행을 떠난 141번(42·남) 확진자. 지난 18일, 그가 한 병원에서 폭언을 쏟아내며 탈출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안겨줬다. 메르스 의심 환자였던 141번 확진자는 지난 12일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부린데 이어 격리실 걸쇠를 부수고 탈출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141번 환자의 이동 동선인 호텔, 승마장, 식당, 관광지 등에 동시간대 종사했던 직원들의 자녀와 직접적으로 다녀온 학생 및 보호자 자녀 등 총 284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다.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제주도가 뚫리자 제주도를 방문하려던 관광객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다행히 지난 22일 밤 12시를 끝으로 공식 매뉴얼상 141번 확진자와 접촉한 모니터링 대상자 179명(자택격리 56·능동감시 123)의 잠복기가 끝이 났다. 잔뜩 긴장했던 제주도는 메르스 청정지역의 지위를 회복했다.

제주도가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141번 확진자의 상세한 동선을 분석해 접촉 의심자를 재빠르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141번 확진자가 제주도를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도는 141번 확진자가 제주도 여행을 시작한 시간부터 제주도를 떠나기까지 자세한 시간별 동선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상세한 동선 추적이 가능했던 것은 휴대폰 위치추적과 지역 내 CCTV, 신용카드사용 내역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 덕이었다.

◇CCTV, 스마트폰, 하이패스, 교통카드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확진자는 약 180명까지 늘어났고, 사망자는 약 30명 발생했다. 자가격리 중이거나 자가격리가 해제된 사람의 숫자는 1만명을 넘을 정도로 수많은 국민이 메르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거나 불편함을 겪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메르스 확진자는 다른 사람과 접촉이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치료에 전념하고, 자가격리 대상자는 혹시나 모를 메르스 감염에 대비하며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아야 했다.

잠복기 동안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가격리 대상자를 선별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확진자 판정을 받은 이들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것. 확진자의 협조를 받더라도 확진자의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시간과 동선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활용된 것이 휴대폰 위치추적이었다. 지난 8일에는 세종시 범정부 메르스 대책반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관계자가 모여 메르스 격리 대상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휴대폰 위치 추적에 나설 수 있는 제반환경을 갖추기로 했다.

경찰은 메르스 확산 방지와 관련해 보건당국의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무단이탈한 자가 격리 대상자 소재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일에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격리 중이던 50대 여성(51)이 자택을 벗어나 전북 고창의 한 골프장에서 일행 15명과 라운딩을 즐긴 것을 적발해 오후 9시쯤 구급차편으로 서울 자택에 귀가조치 됐다. 보건당국은 A씨가 지난 2일 오전 통화 이후 전화를 받지 않고 집에도 없자 경찰에 위치추적을 의뢰했고, 경찰수색으로 A씨가 골프장에 있는 것이 파악됐다.

서울소재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질병관리본부나 경찰청 상황실 등에서 위치를 파악해 일선 경찰서에 전달하면 이것을 받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 한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추적을 통해 정확히 동선을 분석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금천구청은 지난 17일 93번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했다. 이 경로에는 지하철 1호선 병점역과 금천구청역, 금천 마을버스 01번,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7호선 대림역 등이 포함됐다. 해당 자료는 93번 확진자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IT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면 당사자의 동선을 알 수 있다"며 "교통카드를 추적하면 T머니로 지하철을 탔는지, 어떤 택시를 탔는지까지 정확히 파악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치추적 논란 잠재운 '메르스' 추적 효과

지금까지 유례없던 대중에 대한 전방위적인 위치추적이 이뤄지자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으냐는 비판도 나왔다. 의심증상도 없이 단순 격리 대상자라는 이유로 휴대폰 위치추적 대상까지 되는 것 자체가 지나친 프라이버시 침해로 비쳐질 공산이 있다는 것. 정부가 위치추적 대상자와 허용 범위를 보다 엄격하고 명확하게 적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위치정보보보호에관한법률(위치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휴대폰 위치추적은 원칙적으로 이용자 본인이 동의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긴급구조'나 '재난상황' 등의 예외조항이 있지만, 중대한 질병우려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된 게 없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격리 대상자들을 상대로 사전 동의를 받겠다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격리 대상자들의 사전동의를 모두 받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세종시 범정부 메르스 대책반은 서면 동의가 아닌 우선 구두 동의 형태로 사전 동의를 대체하기로 했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감염법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 법 조항에는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 제공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

현재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위치추적 이후 대상자에게 추적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사태가 급박한 만큼 일단 조치를 취한 뒤 당사자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모든 정보는 합리적인 목적 내에서 활용될 때 사회의 공동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지금까지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부각시켜 '포지티브 규제'(정부가 민간 활동 중 허용되는 부분을 규정하는 것)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제는 '네거티브 규제'(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활동만을 정해놓고 그 외에는 민간에 맡기는 것)로 가야 될 때"라고 지적했다.

◇사전동의 방식, 개인정보 복지국가로 변모해야

현재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은 이용자들에게 법정 고지사항을 제시하고, 각 동의 항목별로 개별적, 명시적으로 서명(클릭)을 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업들이 방대한 고지사항을 제시하고 법에 따라 동의를 요구하게 되고, 이용자는 관성적으로 해당 항목에 동의를 하는 식이다. 이용자는 해당 항목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사실상 동의를 강요당할 뿐더러, 동의를 받기만 하면 향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가의 개입이 어려워진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위치정보보호법을 어떻게 이행할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정부에서는 '긴급구조'나 '재난상황' 등의 예외조항, 감염법 등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전 동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사전동의 방식은 이번과 같은 급박한 사안을 처리할 때는 사실상 규정 준수가 어렵다. 또, 사전동의가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용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것. 이용자가 전자금융거래를 할 때 결제 창에서 4종동의(약관, 개인정보, 전자금융거래 등)를 매번 눌러야 하는 불편 때문에 자세한 고지사항을 열어서 읽지도 않는 행태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는 클릭을 하기도 귀찮아 '전체동의' 버튼을 누르곤 한다.

구 변호사는 "이용자는 걱정하지 말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만약 어떤 기업이 개인정보를 오남용하면 국가가 해결해주자는 것이 개인정보 복지국가의 뜻이다"며 "사전동의 방식은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고지사항이 많아지고 이용자는 둔감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구글은 구글 데이터 관리를 위한 통합서비스 '내 계정'을 선보였다. 내 계정에 접속하면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구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어떤 정보를 제공할 지를 한 눈에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 쓰이는지를 파악하고 기업의 개인정보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이 이용자의 사진을 분석해 인물, 시간, 동선, 장소 등으로 분류해 주는 '구글 포토'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침해할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곧바로 이 같은 기능을 선보인 것.

구 변호사는 "구글, 페이스북이 사전동의(Opt-in)방식이 아닌 사후통제(Opt-out)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선진형 모델"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적합한지 심사해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