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린 뉴스

7회함께 만드는 그 곳, u세상
목록

[u클린]연예인닷컴이 언론? 진화하는 '악플'

[스마트문화 만들자]SNS시대 개방성 이용 '신상털기', '연예인닷컴' 난무

강미선 기자  |  2011.06.28 06:29
[스마트문화 만들자]SNS시대 개방성 이용 '신상털기', '연예인닷컴' 난무
image
 #주부 김모씨(44)는 최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초등학생 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딸은 '***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연예인 A씨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김씨에게 대뜸 "엄마, A가 B랑 사귀다 헤어졌다는 거 알아요?"라며 묻는 게 아닌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마치 사실인양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김씨는 적잖게 당황했다. 김씨는 "딸애가 연예인 신상사이트를 마치 언론 매체로 생각하는 것같아 당황스러웠다"며 "특히 뜬소문들을 친구끼리 문자나 채팅으로 주고받으며 키득거릴 땐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싶어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올초까지만 해도 하루 대여섯건의 글을 올리던 트위터 마니아 이모씨(35)는 최근 트위터에 좀처럼 글을 남기지 않는다. 주위에서 트위터 악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명인도 아니고 일반인인데 가끔 모르는 사람들이 악플을 다는 경우가 있다"며 "이제는 글을 쓸 때 한번 더 생각해보고, 찜찜하면 그냥 창을 닫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드디어 쌍방향 소통시대가 열렸다며 인터넷을 예찬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정보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쓰고 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에 환호했다. 인터넷 게시판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었고, 수십 분내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보면서 인터넷의 '빠른 전파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해 가장 적절한 통로라고 여겼던 '댓글'이 '악플'로 도배되는 상황까지 이르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신공격성 악플을 비롯해 악성루머를 마치 사실인양 올려놓은 악플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악플은 단지 게시글에서 머물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고, 심지어 이로 인해 아까운 목숨을 끊은 사례도 적지않았다. 수사 당국에서 적발한 '악플러' 중에는 대학교수, 금융기관 간부,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들도 다수여서 '마녀사냥식' 악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명예훼손, 사이버폭력, 개인정보 침해 등 인터넷에서 비롯된 사회적 병폐는 이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다. 그런데 이 해묵은 과제가 미처 해결될 겨를도 없이 또다른 사이버 문제에 우리 사회는 봉착해 있다. '내손안의 PC'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용자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번지는 '악플'이 바로 그것이다. SNS로 인해 악플의 파괴력이 한층 더 커진 형국이다.

image

◇위험한 '신상털기'

과거 악플은 유명인이나 특정 현상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나 비판 위주였다. 악의적인 글의 경우 대부분 네티즌들이 감정에 치우쳐 단편적으로 글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의 정보를 캐내 폭로함으로써 교묘하게 '사실화'한 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게끔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위협적이다.
 
우선 연예인 등 유명인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모 방송국의 여자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 뒤 악플에 못견디고 투신자살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가수 서태지씨와 배우 이지아씨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며 두 사람의 개인정보와 그간 행적들이 낱낱이 공개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이 쉬워지면서 일반인들도 이른바 '신상털기'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달초 동기 여학생의 성추행 피의자로 몰린 한 의대생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한 네티즌 20명을 처벌해달라고 신고하기도 했다.
 
검색사이트인 '구글'을 통해 사소한 정보만 입력해도 개인의 기본 신상정보가 나오지만 최근에는 매년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신상털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용자들 대부분이 이곳에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미니홈피 검색을 병행하고 몇 번의 짜집기를 거치면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신상털기'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페이스북 등 외국 SNS는 e메일만으로 가입할 수 있어 '익명성'의 폐해가 크다. 여러 계정으로 가입해 계정마다 서로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악의적 글을 올리더라도 추적할 도리가 없다.

image

◇'악성 댓글' 넘어 '악성 닷컴'으로 진화

인터넷의 파편적인 '악플'이 최근 '○○○닷컴'으로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도 문제다.
 
서태지·이지아씨 이혼 소송이 보도된 뒤인 지난 4월 22일 '이지아닷컴'이 등장하더니 바로 뒷날 '서진요(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닷컴'이 생겼다. 지난달에는 아나운서 송지선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그와 연애설이 있었던 야구선수 임태훈을 겨냥해 '임태훈닷컴'이 만들어졌고, 가수 옥주현씨의 한 음악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이 되면서 '옥주현닷컴'도 등장했다.
 
연예인을 공격하는 기존의 포털 '안티 팬' 카페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모습이다. '빨리 빨리'로 표현되는 악플의 속도지상주의를 기반으로 인터넷, SNS를 통해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재빨리 취합해 그럴듯한 '닷컴'을 만드는 것이다. 연예인에 대한 국민적 알 권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분별한 의혹을 쏟아낸다는 점에서 '마녀사냥'의 성격이 짙다. 기존 '안티 카페'와 달리 포털사이트 바깥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게시물 차단' 등 포털의 제재에서도 좀더 자유롭다. 해당 연예인으로서는 대응하기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이용률은 2003년 65.5%에서 지난해 77.8%로 늘었다. 주당 평균 이용시간은 13.9시간. 특히 10대의 이용률이 99.9%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인터넷윤리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개그맨 전환규씨는 "인터넷환경에서 댓글이 습관이 되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글을 쓸 때나 글을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파급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화하는 인터넷환경에서 각종 루머가 댓글을 통해 양산되고 전파되는 시스템과 폐해에 대한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