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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수업시간에 게임을? 게임 권하는 학교

[스마트문화 만들자]온라인게임 활용한 'G러닝'…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관심

정현수 기자  |  2011.04.28 06:20
[스마트문화 만들자]온라인게임 활용한 'G러닝'…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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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종이 올리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이날은 컴퓨터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접속한 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게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법 하지만 오히려 격려의 말이 쏟아진다. 도대체 이 학교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울 논현초등학교 5학년 학생 30명은 최근 'G러닝 로즈 수학' 수업을 받았다. 온라인게임을 이용한 수학 수업이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다. 영어와 수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수업이다. 다소 재미없어 보이는 과목이지만 아이들은 이구동성을 답한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난 4일 진행된 공개수업에서도 그 열기는 고스란히 전달됐다.

◇ "게임을 하면서 수학과 영어를 배운다"

"오늘의 과제는 '물물 교환'이예요" 담당 교사의 유창한 영어발음에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어 간단한 영어단어 공부가 이어진다. copper(구리), iron(철) 등 다소 어려운 단어도 등장한다. "iron의 r은 발음하면 안돼요". 여기까지는 여느 영어수업과 닮았다. 이어지는 수학공부. "7×2=2×7"이라는 원리를 배우는 중이다. 역시 영어로 진행됐다.
 
10분 정도 지나자 아이들이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 임무도 주어졌다. 구리 2개씩 7묶음과 철 7개씩 2묶음을 서로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게임 화면 속에서다. 각자의 그룹은 서로 떨어진 마을에서 출발한다. 중간 지점에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확인하고 교환한다. 임무를 완성하면 게임 속 아이템도 받을 수 있다.
 
수업에 참여한 이동진 학생은 "수학공부를 하는데 재미있어서 신기했다"며 "게임을 통해 수학을 배우니 머리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고 수학 문제를 풀면 아이템을 줘 신났다"고 말했다. 이기항 학생은 "수학도 풀면서 영어를 배우니 재미있다"며 "학원에서 배운 단어가 나와 신기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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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업이 진행된 50분 동안 30명 학생 전원은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리를 옮겨가며 게임에 익숙지 않은 친구들을 도와주는 광경도 연출됐다. 2명의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지며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업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수업을 진행한 김남경 교사는 "G러닝 로즈 수학은 수학을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풀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보통 수학시간은 책만 보는 시간이었지만 G러닝 로즈 수학은 학생들 간 논의를 통해 수학 문제를 풀어나가고 수학 문제를 맞추면 아이템을 주는 형식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사용된 교재는 'G러닝 로즈 수학'이었다. 그라비티 인터렉티브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즈 온라인'에 미국 수학 교과서 내용이 접목됐다. G러닝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콘텐츠경영연구소의 주도로 개발됐다. 지난해에는 미국에도 수출됐다. 국내 교육 콘텐츠가 미국에 수출된 셈이다.

◇ G러닝, 미국에서도 효과 검증

G러닝 로즈 수학이 적용된 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컬버시에 위치한 라발로나 초등학교다. 이 학교 5학년 1개 반은 지난해 9월 27일부터 6주 동안 수업을 받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G러닝 수업을 받은 하위권 학생의 수학 성정이 수업 후 47% 향상된 효과를 보였다. 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성적도 37% 향상됐다.
 
당시 페트리샤 컬버시 교육감은 "이번 결과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미국은 현재 공교육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G러닝은 그 대안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컬버시는 G러닝 적용 학교를 확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감독인 필립 크리스톤은 G러닝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현재 제작 중이다.
 
G러닝 로즈 수학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국내 G러닝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위정현 소장이 주도한 사업이다.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위 소장은 "2002년에 처음 G러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G러닝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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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위 소장은 자신이 재직 중인 중앙대에서 지난 2003년 온라인게임 '군주온라인'을 활용해 경영학과 수업을 진행했다. 반응이 좋자 이듬해에는 서울대에도 확산됐다. 이후 군주온라인을 활용한 경제, 정치 수업이 초등학교, 고등학교에도 접목됐다. '교육의 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게임이 교육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G러닝은 지난 2009년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G러닝 연구학교가 지정됐다. 서울 우신초등학교와 발산초등학교, 경기도 동두천 중앙고등학교가 대상이었다. 온라인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이 새롭게 G러닝에 활용되기도 했다. 이들 학교는 2년 동안 G러닝을 진행했다.
 
발산초등학교의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수업을 받은 4, 5, 6학년 13개 학급 500명의 수학 성취도는 9.24점이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경우 같은 기간 6.81점 향상돼 G러닝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입증됐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업 주목도 및 자발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효과가 입증되면서 지난해에는 연구학교가 더욱 늘었다. 서울 논현초등학교와 흑석초등학교, 경기 안성 서삼초등학교, 대구 동신초등학교, 강원 강릉 노암초등학교가 새롭게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이들 학교는 G러닝을 활용해 영어와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의 8개 학교 학생 1만명이 G러닝 수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위 소장은 "한국의 경우 연구학교를 넘어서 G러닝이 전면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G러닝 콘텐츠의 해외 수출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미국은 적용 학교를 더욱 늘리고,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도 IT 격차를 해소하는데 G러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