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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내가 사무실서 '야동' 보는 이유

[저작권문화 바로잡기]포털 모니터링 요원의 하루…불법 솎아내기 전투

정현수 기자  |  2009.11.05 09:11
[저작권문화 바로잡기]포털 모니터링 요원의 하루…불법 솎아내기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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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SK커뮤니케이션즈.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이곳에는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 있다. 휴일도 잊은 채 220명의 직원들이 6교대로 일하는 사무실은 쌀쌀한 초겨울 칼바람이 들어올 틈마저 없다. 불법저작물과의 '전쟁'이 펼쳐지는 네이트의 모니터링(불법저작물 적발·삭제) 사무실이다.

얼핏 보기에는 일반 사무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컴퓨터가 내뿜는 열기와 직원들의 열의가 더해져 사무실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빼곡히 들어선 책상에 나란히 앉아 있는 직원들은 저마다 컴퓨터 모니터만 열심히 응시할 뿐이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불법저작물과의 한 판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인 셈이다.

신영희(28·가명)씨의 하루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네이트의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하는 신 씨는 벌써 2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법도 하지만 신 씨에게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건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든다는 자부심이다.

◇ 아침 8시 출근··불법저작물과의 전쟁

신 씨의 일상은 불법저작물과의 전쟁 그 자체다. 아침 7시40분 사무실에 들어선 신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한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포털사이트 내의 불법 저작물을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하루에 동영상만 5~6만여건이 올라온다.

신 씨의 업무는 이 중 불법저작물을 찾아내는 일이다. 불법저작물을 발견한 뒤 삭제하고, 저작물을 올린 누리꾼을 제재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불법저작물을 지속적으로 올린 누리꾼에 대해서는 계정 일시 정지 등의 제재가 잇따른다.

신 씨는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 시스템에 접속한 뒤 이전 시간 근무자의 업무 인수인계 사항을 확인한다. 그날그날의 이슈에 따라 관련 불법저작물이 대거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슈를 챙기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모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되면 관련된 뮤직비디오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오는 식이다. 따라서 그날의 이슈를 챙기는 일은 모니터링 업무의 기본이다. 그리고 시작된 업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올라오는 수많은 동영상·음원 등을 살피게 된다.

필터링의 대상이 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지상파 및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 모든 영상물, 벨소리·MP3 등의 음악파일, 영화 및 연극, 만화·도서, 기타 소프트웨어와 사진 등이다. 특히 불법저작물의 다수를 차지하는 음원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차단되지만, 동영상과 사진 등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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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다보니 불법 동영상을 걸러내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 하루에 올라오는 5~6만건의 동영상 중 일반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 동영상만 평균 1만6000여건. 220여명의 인원이 나눠서 보기는 하지만 일일이 동영상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평균 3.5%꼴로 드러나는 불법 동영상의 70%가 저작권법을 위반한 동영상이기 때문에 불법저작물을 판단하는 일 역시 곤혹스럽다. 나머지 30%는 음란물 등이다. 사용자들의 편법도 신 씨를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법 저작물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일부 사용자들은 각종 편법으로 적발을 피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약삭빠른 누리꾼들은 모니터링 업무에 대해 어느 정도 간파하고, 게시물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사이트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불법 동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일부 사용자들의 교묘한 수법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은 것이다.

신 씨는 "육체적인 피로도 크지만 정신적인 피로도 말할 수 없이 크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만 지속적으로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들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오후12시 퇴근··"4시간을 40시간처럼"

바쁘게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어느덧 4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오후 12시. 하루 4시간으로 정해진 업무시간을 마치면 신 씨는 이른 퇴근 준비를 한다. 남들은 하루에 4시간만 일해서 좋겠다고도 하지만 이미 몸은 녹초가 됐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SK컴즈 관계자는 "모니터링 요원들은 하루 4시간씩 근무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며 "하루에 4시간씩만 일하는 이유는 불법저작물과 함께 유해 게시물을 모니티링해야 하는 반복적인 업무이다보니 4시간을 넘길 경우 업무 과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들은 들뜬 표정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시간, 퇴근길에 나선 신 씨는 "이러다가 내가 이상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건강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도 불법 게시물을 매일 접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씨는 "불법 저작물이라고 해서 굉장히 거창하고 먼 곳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라며 "만든이의 피와 땀을 생각해서라도 불법저작물을 게시하는 행위는 자제해 서로의 이익을 존중할 수 있는 현명한 누리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씨처럼 국내에서 포털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만 대략 1000여명에 이른다. 100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매일 휴일도 잊은 채 불법저작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무심코 올린 불법저작물 탓에 이들은 명절에 고향도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포털업체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포털업체들이 불법저작물의 최대 유통처가 돼 버린 듯한 인상을 주게 됐다"며 "포털업체들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고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없으면 해결될 수 없는만큼 누리꾼들이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