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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고소장받고 블로그 접었죠"

[저작권문화 바로잡기]위반자 대상 '저작권지킴이연수' 가보니…

김은령 기자  |  2009.10.08 09:27
[저작권문화 바로잡기]위반자 대상 '저작권지킴이연수'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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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색한 강의죠. 교육이 처벌인 셈이니까요. 그래도 강의 마치고 나서 큰 도움이 됐다며 명함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지난 9월15일 오전 9시30분. 서울역 앞 한 빌딩에 130여명이 가득찬 강의실에는 어색한 기운만 감돌았다. 수강자들 사이에서 배우고자 하는 열의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사는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수강자들에게 "당신들은 피의자!"라고 말한다.

분위기가 약간 이상한 이 수업은 '저작권 지킴이 연수'다. 강사의 말마따나 모인 사람들은 저작권법을 위반한 '피의자'다.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했다가 저작권자(로펌)로부터 고소당한 사람들. 기소유예제도에 따라 저작권 관련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장장 8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저작권 강의를 직접 들어봤다.

◇"올해 교육대상자 8000명...이미 5000명 이수"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시범실시한 '저작권 지킴이 연수'는 올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성인과 청소년용 교육이 나눠 실시된다. 저작권 침해로 처음 기소된 사람 중 경미한 저작권 침해인 경우는 검찰이 교육대상으로 분류해 저작권위원회로 넘긴다.

올해 9월까지 검찰에서 저작권위원회로 넘어온 교육대상자는 8000여명. 이 가운데 5000여명은 이미 교육을 받았다. 이날 이뤄진 교육은 서울 서부지검의 '저작권 지킴이 연수'(성인)였다. 강의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종일 이어졌다.
 
130여명의 대부분은 20~30대 젊은층이었다. 간혹 중장년층도 눈에 띄였다. 50대 아주머니, 양복 입은 중년의 직장인도 있었다. 올해 교육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수강자는 1933년생 할아버지셨다고.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강의실에 속속 들어선 수강자들은 입구에서 등록을 했다. 강의를 수강해야 '기소유예'가 되는 만큼 출석체크는 필수다. 강의 중간중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이용해 대여섯차례나 출석체크를 한다. 오전 9시30분. 교육이 시작됐지만 대부분은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전을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강의내용은 △저작권이란 무엇인가 △저작권 분쟁사례 △저작권절차(민돚형사상 절차) 등으로 구성됐다.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인 만큼 강사들도 사례 위주로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했다.
 
'저작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한 홍승기 변호사(저작권위원회 위원)는 영화나 드라마의 예를 들며 저작권법 내용을 설명했다. 예컨대 '넘버3'에서 유명한 대사인 '헝그리 정신' 부분을 음반에 수록해 분쟁이 생긴 사례 등을 들어 영상제작자의 권리를 설명하는 식이다.

◇4년 전 블로그에 올린 노래 1곡에 고소장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대부분은 블로그나 카페 등 개인 웹사이트에 저작물을 올렸다가 로펌으로부터 고소당했다고 했다.
 
7년전 블로그에 가요를 올린 것 때문에 로펌이 보낸 고소장을 받았다는 이주영씨(대학 2년 휴학중)는 "억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며 "고소장을 받았을 땐 정말 눈앞이 캄캄했고 그 이후론 블로그를 아예 접었다"고 말했다.
 
교회 목사라고 밝힌 한 중년 수강자는 "2005년 사랑과평화의 '장미 한송이'란 노래를 블로그에 올리고 미국에 가 있었는데 지난달 돌아왔더니 경찰에서 출석하란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교육받으러 오면서도 기분이 안좋았는데 막상 교육을 들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며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저작권 교육을 언제 받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넷 세대답게 이미 '저작권 지킴이 연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온 수강자도 있었다. 웹하드에 영화를 업로드했다가 기소된 남군용씨(27·직장인)는 "고소장을 받았을 땐 조금 놀랐지만 저작권 고소에 대한 얘기는 이미 많이 들은 터고 인터넷에서 사례도 많이 봐서 당황하진 않았다"며 "이미 경찰조사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지킴이 연수도 다 검색해보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에 워낙 무료사이트가 많고 불법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서 지켜지지 않는 것같다"며 "그런 걸 막는데 초점을 둬야지 무자비하게 고소를 한다고 해결될 것같진 않다"고 일침을 놨다.
 
주성훈 저작권위원회 선임은 "처음에는 대부분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지만 강의를 듣고 나면 어느 정도 저작권을 지켜야겠다고 공감한다"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출석률 95%…강의자세는 '낙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저작권 교육의 중요성과 '묻지마 고소'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점도 많다. 특히 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출석률은 높지만 시간때우기식 교육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될 수 있는 만큼 출석률은 95% 넘을 정도로 높다. 교육장 한쪽에선 한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저작권 교육 때문에 수업에 들어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데다 '처벌'이라고 느끼는 수강자들이 많아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따라서 이같은 점을 보완해 좀더 실효성 높은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홍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 지킴이 교육을 비롯해 저작권 교육이나 제도가 잘돼 있고 운영도 잘되는 편"이라면서도 "원해서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색한 사이일 수밖에 없고 벽을 보고 강의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다"고 털어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는 시행 초기인 만큼 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운영결과를 분석하고 교육과정 등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