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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도우미견' 키우는 사람들

[정보사회 新문화만들기]도우미견 훈련, 네티즌 도움으로 운영

장웅조 기자  |  2009.06.04 12:04
[정보사회 新문화만들기]도우미견 훈련, 네티즌 도움으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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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에게 자명종 시계가 쓸모있을까?

청각장애인 대신 자명종을 들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자명종 시계는 당연히 쓸모있다.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니라 '도우미견'이라도 말이다. '도우미견'은 아침에 자명종 소리를 듣고 주인을 깨운다. 때문에 이 개를 기르는 청각장애인들은 매일같이 알람을 켜놓는다고 한다. 도우미견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기 울음소리에도 현관 초인종 소리에도 반응하며, 재빨리 주인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도우미견은 장애인들의 동반자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이하 협회)'는 도우미견을 훈련시켜 장애인들에게 분양하는 단체다. 협회 건물에 들어서니 커다란 개 2마리가 사람보다 먼저 달려나와 손님을 반긴다. 낯선 사람인데도 짖지 않고 되레 안긴다. 장애인 도우미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래트리버' 종 2마리의 이름은 '허브'와 '마음'. 사람에게는 일단 친해지도록 훈련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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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장애인들이 집안에서만 지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과의 교류없이 외롭게 살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럴 때 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개는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거나 재단하려 들지 않고 무조건 수용해 주잖아요. 비록 동물이지만, 감정을 함께 나누고 교류를 하면 정서적 효과가 큽니다. 그러니 사람과 친해지도록 훈련을 시키는 거지요."

개 훈련만 27년째고, 도우미견 훈련 18년 경력의 '베테랑'인 이형구 도우미견협회장에 따르면, 훈련된 도우미견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지체장애인에게 휠체어를 끌어주고 TV리모콘을 가져다 준다거나 시각장애인에게 길안내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일은 물론이고, 가까운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온다거나 집안의 전깃불을 끄고 켜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주인의 옷을 벗기는 일도 할 수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아동 등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 치료를 돕기도 한다.

실제로, 도우미견들은 시연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 양말을 벗겨 빨래통에 가져간다거나,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담는 정도의 일은 물론이고, 문이나 창문도 직접 열고 닫았다. 서랍을 열고 물건을 꺼내오는 수준의 일은 '기본'으로 척척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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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견 훈련비용 1마리당 3000만원

도우미견으로 훈련받기까지 보통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린다. 강아지 때는 환경적응이나 실내적응 훈련 등 기본적인 훈련을 1년 정도 받아야 하고, 이후 8~10개월 가량 장애인 도우미 훈련을 받는다. 도우미견을 데려갈 장애인 역시 합숙 훈련을 받아야 한다. 개와 친해지고, 개에 대한 전반적 이론을 배우고, 개를 데리고 버스를 탄다거나 하는 응용훈련까지 4주 정도 걸린다.

이 기간내내 훈련사의 손길이 필요한데, 문제는 비용이다. 협회측 추산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1마리를 훈련하는데 약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회장은 "지난해 15마리의 도우미견을 무료로 분양했다"면서 "국고지원없이 지자체에서 7500만원을 후원받았지만 운영비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이 이어준 도움의 손길

시민사회 봉사나 지원이 절실한 협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곳은 다름아닌 네티즌들이었다고 한다. 협회는 자체 홈페이지를 비롯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인맥포털 싸이월드의 사회참여공간 '사이좋은세상' 사이트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 내용을 본 젊은이들이 훈련사 일을 하겠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도우미견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개를 기증하는 이들도 생겼다.

협회 훈련조교 김선영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오스트레일리아에 1년 정도 머물면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체감했다고 한다. 모든 버스는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기본 요건으로 고려하고 설계됐고, 대부분의 건물에 문턱이 없는 등 장애인의 이동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 '왜 한국에는 이런 문화가 없을까?'라고 고민하던 차에 그는 인터넷에서 장애인도우미견협회를 만났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던 그였기에 '이거다' 싶었고, 그렇게 찾아온 협회에서 그는 8개월째 훈련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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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도우미견 분양받으려면

현재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www.helpdog.org)와 싸이월드 클럽(club.cyworld.com/isaacdoumi)을 통해 장애인 도우미견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 장애인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남겨 분양 신청을 하면, 서류 검토와 면접을 통해 분양 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약 4주간(청각장애인은 1주)의 분양 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 이후에는 영구 임대 형식으로 무료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단, 분양받은 도우미견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이후에 받을 수 있고, 개를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도우미견을 되받아 가기도 한다. 봉사활동 지원이나 분양견 기증도 이 홈페이지들을 통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