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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8600명이 채워준 모녀의 꿈

[정보사회 新문화만들기]'소망램프'가 밝힌 희망의 빛

김은령 기자  |  2009.05.21 12:15
[정보사회 新문화만들기]'소망램프'가 밝힌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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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흐릿하게 내린 지난 15일 오후. 경기 광주시 작은 빌라 지하방으로 뛰어들어오는 연아(8·가명)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어머니 만순씨(44·가명)에게 학원에서 본 영어시험지를 당당히 꺼내들었다. "와~ 100점이네." 어머니의 얼굴엔 자랑스러운 표정이 번져갔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 모녀는 이렇게 환히 웃을 수 없었다. 재개발로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갈 곳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근심으로 가득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진 건 삼성생명 '소망램프' 기부캠페인을 만나면서부터다. 네티즌 8633명의 작은 마음이 모여 이들 모녀는 작지만 따뜻한 집 한 칸을 마련하게 됐다.

◇하루아침에 길바닥 신세될 뻔

대전에서 남편, 딸아이와 살던 만순씨가 광주로 온 건 남편이 카드빚에 시달리면서 집세를 내지 못해서였다. 광주에 온 지 열흘 만에 무능하고 폭력적이던 남편과 헤어지고 결국 파산면책까지 받았다.

그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단칸방을 운좋게 구해 연아와 둘이 지내왔지만 춥고 열악한 환경에서 연아는 2주에 1번꼴로 잔병치례를 했다. 한밤 중에 열이 나 병원 응급실 찾기를 수차례. 지하방의 춥고 습기찬 환경 때문이라는 생각에 엄마의 마음은 아팠지만 연아는 엄마에게 불평하지도 조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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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한 일당과 월 35만원씩 나오는 정부보조금으로 연아의 잔병치레를 감당하고 단 둘이 먹고살기도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만순씨는 "그래도 빚독촉이 없어지니 살 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한 것도 잠시였다. 갑작스레 방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말은 어린 딸아이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어머니에겐 청천벽력같았다. 살던 빌라가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한달 남짓한 시간. 급한 마음에 광주를 모두 뒤졌지만 보증금 100만원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근에서 일해야 하는 만순씨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없어 광주시청과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임대주택이나 임대아파트도 찾아봤지만 청약통장 하나 없는 만순씨에게 신청요건은 높은 벽이었다. 결국 만순씨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인근 시설까지 알아봤다. 하지만 차마 연아와 헤어져 살 수는 없었다.

◇"희망이 생겼어요"

모녀에게 희망의 빛이 생긴 건 삼성생명의 사회공헌활동인 소망램프를 만나고 나서다. 소망램프는 아동보호사업 등을 지원하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어려운 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료·생활·교육 등을 지원하는 온라인기부 캠페인이다. 특히 소망램프는 네티즌들의 참여가 기업의 역할, 임직원의 기부활동과 연계돼 운영된다.
 
소망램프에 소개된 사연을 읽고 네티즌들이 '공감클릭'을 하면 기본 지원금 500만원에 클릭 1건당 추가 지원금 1000원이 보태지고 1000만원까지 지원된다. 지원금은 삼성생명 후원금과 임직원의 기부금으로 마련된다.
 
지난 1월 소망램프에 소개된 만순씨와 연아의 사연에 작은 마음을 보탠 네티즌은 8633명이다. 덕분에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만순씨는 계약만료 기간을 앞두고 연아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주위 소개로 삼성생명에 신청하고 한달 정도 기다렸지요. '지원이 확정됐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눈물밖에 나지 않았어요. 마지막 길이었거든요." 여전히 빛이 잘들지 않는 지하방이지만 만순씨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희 둘에겐 이 집도 궁궐같은 집이에요. 모두 생명의 은인들이시지요. 매일매일 도와주신 모든 분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감사가 아직 그것뿐이니까요."

◇네티즌들이 만든 '기적'

집 걱정은 한시름 놨지만 매일 일해야 하는 만순씨는 저녁 늦게까지 혼자인 연아가 항상 마음에 걸렸다. 8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연아를 학원에 보내는 건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서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엄마를 기다릴 줄 아는 의젓한 아이지만 주위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 있는 시간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아의 딱한 사정을 안 인근 학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영어·수학·피아노 등을 배울 수 있게 배려했다. 또 내년에는 인근 교회에서 무료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만순씨는 "감사해야 할 좋은 분을 또 만났다" "모든 게 꿈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요즘 피아노 배우기에 푹 빠진 연아의 장래희망은 '피아니스트'다. "벌레가 나오긴 하지만 이사해서 좋아요. 친구들과 학원에서 지내는 것도 좋아요." 학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엄마에게 얘기하는 연아의 표정은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고 구김이 없었다.
 
이들 모녀의 삶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네티즌들의 작은 관심 덕분이었다. 그리고 모녀는 조금씩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때는 빚독촉으로, 한때는 보증금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벅찼던 만순씨는 최근 청약저축을 들었다.
 
"매월 2만원만 넣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꾸준히 넣어서 영구임대주택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면 연아를 조금이라도 더나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나중에 연아가 잘 자라서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받은 게 너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