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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가리봉 쪽방촌 '100원의 기적'

[따뜻한 디지털세상]u세상 행복나누기(下)-푸코네 빵집 이야기

성연광 기자  |  2008.10.02 07:00
[따뜻한 디지털세상]u세상 행복나누기(下)-푸코네 빵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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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의 사랑이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모여산다는 서울 가리봉동의 쪽방촌 골목.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자그마한 빵가게가 있다. 성프란체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푸코네 빵집'이 그곳이다. 하지만 그 빵집은 특별하다.

이곳은 여성장애인들만의 일터다. 그것도 네티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종잣돈으로 마련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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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맛의 비결이요? 정성이죠"

제빵실은 33㎡ 남짓한 크기. 그러나 위생시설만큼은 여느 빵집보다 깨끗해보인다. 이곳에서 빵을 만든 제빵사는 모두 6명. 모두 2~3급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지적수준이 초등학생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낯선 외부 손님을 대하는 일에는 어느덧 익숙해진 듯보였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진땀을 흘린 기자에게 땀닦을 휴지와 함께 자신들이 만든 쿠키를 쑥스러운듯 건넸다.

이들이 건네준 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빵가게에 진열된 소보루빵, 롤케이크, 치즈머핀, 식빵, 모닝빵, 각종 쿠키 모두 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곳 제빵사들이 만든 빵은 주로 복지관 1층 입구에 있는 빵가게에서 판매되지만 최근들어 근방에 "빵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회단체나 어린이집, 가정집 등에서 주문이 밀려들어온다고 한다.
 
맛의 비결은 그날 들여온 신선한 재료로 구워내고 당일 배달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무엇보다 이집 빵맛의 비결은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이곳 제빵사들의 정성과 사랑이 곁들여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빵집, 큰 희망

'푸코네 빵집'이 생긴 것은 올해 3월이다. 그뒤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사실 이곳 빵집에서 일하는 여성장애인 제빵사들은 올초까지만 해도 볼펜을 조립하거나 쇼핑백을 접는 등의 단순 임가공 일에 종사했다고 한다. 이 일로 버는 수입은 고작 3만∼4만원 수준. 이 정도의 일자리라도 보장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반 신체장애인들과 달리 지적장애인들은 사실상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작업은 고사하고 생활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코네 빵집'이 생긴 후부터 이들의 삶이 달라졌다. 제빵일을 하고 받는 월급은 15만~20만원선. 아직 빵만드는 기술이 덜 숙련되고 빵집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쏠쏠한 편이다.
 
무엇보다 지적장애인이 볼펜조립과 같은 단순 임가공 외에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는 게 이들에겐 가장 큰 희망이다. 이곳 제빵실의 막내인 김기수양(21·가명). 그녀는 지적장애 3급으로 복지관에 발을 들여놨을 당시만 해도 동료들과 말도 잘 안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푸코네 빵집'은 그런 그를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꿔놨다. 그는 나중에 정식 '빵집'에 취업하는 게 꿈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자신이 직접 만든 빵이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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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 콩이 모여 기적을 낳다

푸코네 빵집은 이곳 복지관을 이끌고 있는 스텔라 수녀님(프란치스꼬수녀회 소속)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여성 지적장애인들에게 단순 임가공 일거리 외에 보다 발전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다.
 
올해 1월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가운데 그나마 장애 정도가 덜한 2~3급 장애인 6명을 뽑아 1~2월 제빵학원을 다니게 했다.
 
그리고 3월 문을 연 '푸코네 빵집'. 하지만 겨우 빵굽는 오븐기만 있을 정도로 시설지원이 열악했다. 이들이 다시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바로 네티즌 덕이다.
 
지난 3월 네이버 해피빈에 '푸코네 언니들에게 힘을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푸코네 빵집' 사연이 소개됐다. 이 사연이 소개되자마자 2개월여 만에 목표 지원금인 500여만원이 꽉찼다. 이후에도 70여만원이나 더 모아졌다. 이 기금은 이들 장애인이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습기와 순간온수기, 냉온풍기, 쇼케이스 등의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또 빵 배달차의 보험료도 낼 수 있게 됐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 하지만 기부금보다 더욱 값진 것은 네티즌들의 응원과 지지다. 해피빈 기부 아이템 '콩' 하나가 100원임을 감안할 때 모두 5700여명이 참여한 셈이다. 적어도 여성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관심을 끌게 된 계기가 됐다.
 
네티즌들의 관심은 실제 매출로도 연결되고 있다는 게 복지관 측의 귀띔이다. '푸코네 빵집'을 총괄하는 김덕수 팀장은 "실제 네티즌들의 소개로 빵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큰 기업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것보다 더욱 값진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빵집이 알려지면서 8월 한달 매출도 400만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이들 여성장애인의 한달 월급이 30만원을 넘어설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그의 기대다.
 
김 팀장은 현재 일하는 여성장애인 식구들과 함께 시내 중심가에 정식으로 빵집을 차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밝혔다.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특징상 주문판매도 지리적 한계가 있고 현장판매 역시 복지관에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구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여성장애인들에게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또 나중에 더 번창하면 프랜차이즈점을 내는 꿈도 꿔봅니다. 네티즌들의 보다 많은 관심이 더 큰 기적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는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나오는 기자에게 '푸코네 빵집' 주문전화번호(02-830-6536)를 넣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