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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필리핀 부모님과 채팅하고 싶어요"

[따뜻한 디지털세상]필리핀 출신 주디 로피즈씨의 이주생활

김희정 기자  |  2008.06.26 10:40
[따뜻한 디지털세상]필리핀 출신 주디 로피즈씨의 이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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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my finger, mommy finger, where are you? Here I am, here I am."

또랑또랑한 영어 동요를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과장된 율동엔 사랑이 묻어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율동과 노래를 따라하는 아이들은 생기가 넘쳤다.

주디 로피즈(30)씨는 다문화가정의 주부이자, 농부의 아내이고, 영어선생님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주한지 5년째. 이제 한국말도 제법 늘었다.

주디씨의 하루는 길다. 아침, 저녁엔 남편과 함께 밭농사를 짓는다. 고추, 양파, 양배추 등을 재배하는게 그녀의 주업이다. 부업은 영어선생님. 점심에는 어린이방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대덕청소년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지도하기도 한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일 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도 있는걸요." 공부방에서 같이 컴퓨터 수업을 듣는 와르비씨가 그녀의 지기다. 같은 다문화가정이자 공부방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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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청소년공부방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주디씨의 영어 강습시간이다. 아이들에겐 엄연히 주디 선생님이다.

주디씨는 문법이나 단어를 억지로 외우게 하지 않는다. 그저 어릴적 주디씨의 어머니가 주디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쉬운 동요에 율동을 섞어 문장을 익히게 하고 있다. 한국문화를 알고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원어민에게 듣는 영어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 유희에 가깝다.

주디씨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공부방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 틈에는 주디씨의 여섯살짜리 아들, 철영이도 있다.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주디씨와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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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엄마가 철영이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수줍음 많은 철영이는 대답을 피하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베시시 웃었다.

주디씨 역시 공부방 성인 IT 강좌의 열렬한 수강생이다. 영어를 가르칠 때는 선생님이지만, 컴퓨터를 배울 때는 그녀 역시 영락 없는 학생이다. 한국생활 5년째지만 주디씨라고 고향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친정식구도 보고 싶고 친구들 소식도 궁금하다.

지난해 주디씨는 고교시절 은사님과 화상통화를 했다. 필리핀의 가족들은 아직 PC 사용법을 모른다. 고교 때 담임 선생님과의 화상통화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녀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선생님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는데, 지인들의 도움으로 화사채팅을 하게 됐죠. 부모님은 아쉽게도 할 수 없었어요."

언젠가 필리핀에 계신 주디씨의 부모님도 PC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단절된 소통의 아쉬움도 해소될 날이 오지 않을까. 손자인 철영이의 미소를 보여주고, 목소리도 들려줄 수 있는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