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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노인 '엄지족'이 떴다

[따뜻한 디지털세상]u세상 행복나누기-어르신 휴대폰 교육

김은령 기자  |  2008.05.22 10:58
[따뜻한 디지털세상]u세상 행복나누기-어르신 휴대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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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치에 앉아있는 중년 여성들. '마누라 뭐 잘못 먹었어?' '어디 아프냐' 남편이 보낸 듯한 문자를 보며 실망하는 모습이 보인다. '띵동' 소리에 조심스럽게 휴대폰 폴더를 연 한 여성의 입가엔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부러움 섞인 '닭살이다, 얘~'하는 소리 뒤로 문자가 나타난다. '명애씨 내가 더 사랑하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K텔레콤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는 문자메시지가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자메시지와 멀어보이는 '중년 아줌마'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더 훈훈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중년 아줌마들보다 나이가 더 지긋하신 '노인'들이 최근 '문자'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어,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SK텔레콤이 '어르신 휴대폰 활용' 교육을 하는 현장이었다.

◇'이모티콘'이 수업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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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이런 '특별한 수업'을 한다. 선착순으로 등록받은 강좌는 하루만에 자리가 찬다. 인기가 높아 2차 강의도 마련하지만 이마저도 금새 마감된다고.

지난 2일, '어르신 휴대폰' 수업이 열리는 강동 복지관을 찾아가봤다. 학생 20명에 선생님 21명. 학생보다 선생님이 쉰살 가량 어린, 독특한 수업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내용에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젊은층이라면 따로 배울 필요도 없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작성하기' '전화번호 저장하기' '휴대폰으로 사진찍기'.

그러나 출석률 100%를 자랑한다. 청강생도 눈에 띈다. '선착순'에 밀려 등록을 못했다는 한 할아버지는 어깨너머라도 배우려고 뒷자석을 비집고 앉았다.

강의는 '안마'로 시작됐다. 교육 강사인 김금종씨의 진행에 따라, 짝을 이룬 써니(Sunny) 선생님과 머리가 희끗한 학생들은 서로 안마를 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써니'는 SK텔레콤의 대학생 봉사단이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새 진지해진다. 1대1 수업이라 질문도 많고 설명도 많아 사뭇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반짝거리는 눈빛에는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다. 이날은 이미 3주째 강의였다. 3주동안 강의를 함께 해서인지, 선생님과 늙은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자와 손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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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재도 독특하다. 일단 14~16폰트 정도 되는 큼직큼직한 글자가 눈에 띈다. 제조사마다 휴대폰 문자 입력방식이 다르고 모델마다 기능과 메뉴가 천차만별이어서 삼성전자, LG싸이언, 모토로라, 큐리텔 등 기종별 자판도 따로 나와 있다.

젊은 층들이 잘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나 통신용어 코너도 보인다. 웃음은 '^^' 울음은 'ㅠ.ㅠ' 웃음소리는 'ㅋㅋ ㅎㅎ' 안타깝다는 '안습'이라고 쓰여있다.

노인 휴대폰 활용 교육은 강동 노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서울 도봉, 부산 중구, 인천 동구, 대구 등 전국 10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휴대폰 교육으로 생겨난 뭉클한 사연도 많았다. 지난해 말 휴대폰 활용 교육을 받은 황 모 할머니의 사연이 그것이다. 문자 작성법을 배운 황 할머니는 자녀들과 젊은 선생인 정성환씨에게 정성스럽게 문자를 보내곤 했다. 그러던 중, 위암을 앓고 계셨던 황 할머니는 올해초 유명을 달리하셨다. 지금, 자녀들의 휴대폰에 남겨진 할머니의 문자와 사진은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유품이 됐다고 한다.

황 할머니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정씨는 장례식에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황 할머니에게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정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세대 벽·고정관념 허무는 기회죠"

강의를 듣는 노인들은 휴대폰 활용교육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정보기술(IT) 기기를 직접 사용하면서 뿌듯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컴퓨터를 배워서 MP3를 들어. 좋더라구. 이제 휴대폰 사용법을 배우니까 MP3를 휴대폰으로 들어보려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김택용 할아버지는 "컴퓨터, 휴대폰 사용법을 배우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젊어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년간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웠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IT는 배워야 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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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큰 이득은 세대간, 가족간의 단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희 할머니는 "세상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처음 문자를 보냈던 때를 기억했다. 또래에 비해 '젊은' 감각을 자랑하는 김 할머니는 당시 감격한 나머지 미니홈피 일기장에 소감을 남겼다고.

다만 "휴대폰 활용 교육이 활발하지 않은 아직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없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 아쉽다"며 "이런 교육 기회가 많아져서 친구들끼리 문자를 자주 주고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수업은 자원봉사자 대학생인 써니들에게도 노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멀게만 느껴졌던 노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자원봉사자인 양진영(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씨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보육원 봉사활동은 많이 해봤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봉사활동은 처음"이라며 "대화가 안되거나 노인들이 엄하시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했다"고 밝혔다.

강의가 시작되자 곧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는 양씨는 "자상하시고 편하게 대해 주신다"며 "처음부터 다가서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배우는 속도도 빨라서 놀랐다"며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경주여행을 가신 할머니를 대신해서 할아버지가 수업에 참석하신 일이다. 할아버지는 문자메시지로 '강의 듣고 있습니다 여행은 잘하고 계신지요'라고 할머니에게 보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나중에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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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족보다 느리면 어때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김택용 할아버지는 수업 전 자신의 담당 선생님인 허수연씨를 기다리며 한 자씩 문자를 작성했다. 전날 허씨가 보내온 문자에 대한 답장이다.

"왜 자꾸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야" 일주일간 문자 작성 연습을 열심히했다는 김 할아버지는 전송법을 몰라 작성한 문자를 수십 번씩 날려버렸고, 그러는 사이에 허씨는 강의실에 도착했다.

3주째 배우고 열심히 연습해도 김 할아버지의 문자 작성 속도는 느리다. 휴대폰 기판을 보지 않고도 능숙하게 문자를 작성하는 소위 '엄지족'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날 강의 중 열린 '문자 릴레이 게임'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느림보 문자는 이어졌다. 교육강사가 보낸 문자를 어느 팀이 가장 먼저 이어 주고받아 교육강사에게 다시 돌아오느냐는 게임이다. 교육강사에서 시작해 다섯 명의 노인들을 거친 문자는 30분이 넘어서야 강사에게 다시 전해졌다. 그나마 1등을 한 팀이다. 40분이 훌쩍 넘어 실패한 팀도 있었다.

어렵게 릴레이 된 문자는 '써니 선생님들과 어르신들의 따뜻한 만남 *^^* 좋은 인연 만들어가요 사랑합니다 ♡' 지켜보던 한 써니가 말했다. "좀 느리면 어때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