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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세상밖으로 나온 학현씨

[따뜻한 디지털세상] KT 'IT서포터즈'가 연 행복나눔 현장

김은령 기자  |  2008.04.10 10:08
[따뜻한 디지털세상] KT 'IT서포터즈'가 연 행복나눔 현장
연일 '해킹'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해킹으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새나갔다고 한다. 전국민의 80%가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은 단 1곳도 없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우리 생활 곳곳은 이미 '디지털'이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올바른 디지털문화 정립을 위해 꾸준히 [u클린] 캠페인을 전개해왔던 본지는 올해부터 'u세상 행복나누기 운동'을 펼친다. 전국민 80%가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20%는 디지털세상에서 소외돼 있다.

이에 본지는 열린세상 '디지털 공간'을 통해 빈부, 학력, 성차별을 뛰어넘어 '행복'을 나누는 현장을 찾아갈 것이다. 인종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그 나눔의 현장에서 디지털 세상의 밝은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디지털로 세상을 어떻게 따뜻하게 그려나갈 수 있는지 'u세상, 행복나누기 운동'을 통해 실천적 해법을 조명할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공간에 따뜻한 감성을 입히는 [u클린] 캠페인의 함성은 예년처럼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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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았지요"

용인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홍보팀장인 이학현 씨(26)가 취업을 했을 때 느낌이 어땠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답이 돌아왔다. 항상 생각해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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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팀장 '이학현'이 자랑스러워요"

매일 오전 10시 학현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용인 마북동 래미안 아파트 어귀에 있는 상가로 들어선다. 자립생활센터로 출근을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28일 용인시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10평 남짓 될까 싶은 자그마한 사무실 한 쪽에 컴퓨터가 놓여진 학현 씨의 자리가 있다. “이거…” 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그는 홍보팀장이라고 쓰인 명함을 건넸다. 그는 자신의 그 자리도, 자신의 명함도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밀고 있는 그의 손은 불편해 보였다. 그는 선천성뇌병변으로 움직임이 불편하다. 손으로 마우스를 감싸쥐기는 커녕 손을 마우스 가까이 가는 것도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 편 손바닥으로 마우스를 부지런히 밀어가며 인터넷 세상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가 자립생활센터 홍보팀장으로 맡은 일은 기본적으로 홈페이지 관리다. 이를 위해서 UCC 동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자료를 정리해 올려두기도한다. 각종 외부 행사에도 참석한다. 또 대외연락업무 등도 학현 씨가 맡고 있는 일 중 하나다.

“홍보팀장이잖아요” 학현 씨는 이 날의 인터뷰도 홍보팀장으로써의 업무라고 생각했다. 어눌한 말투로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나 사진을 찍을 때 유난히 환하던 웃음도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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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세계에 발을 들여 놓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노승돈 용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학현이가 원래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을 피하고 눈치도 많이 봤었는데 이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몸이 불편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따로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다. 병원과 집 밖에 몰랐던 그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 IT서포터즈를 만나면서부터다.

IT서포터즈는 KT가 지난해 2월부터 IT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IT 지식을 전해주는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IT소외계층에 대한 정보접근 격차 해소와 생산적 정보활동 촉진 등의 취지로 만들어진 IT서포터즈는 지난해 정직원 400명으로 구성된 1기들이 활동을 끝냈고 올해부터 2기가 활동 중이다.

1기 IT서포터즈를 통해 IT교육을 받은 대상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6만9574명과 IT접근이 어려운 노인계층이나 결혼 이민자 등 일반계층 7만7397명 등 총 14만6971명에 이른다.

학현 씨도 이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해 5월 경기남동 IT서포터즈 교육 대상이 됐다. 매주 IT서포터들이 노트북을 들고 그의 집을 매주 한차례씩 직접 찾았다.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학현 씨는 인터넷 정보검색, 엑셀, 한글, 파워포인트, UCC 편집 등을 배웠다.

IT라는 날개를 단 후 그간 움츠려있던 시간을 보상받는 듯 빠르게 배워나갔다. 학현 씨를 매주 찾는 김만태 IT서포터는 그의 교육이 있는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전했다. 그의 열의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학현 씨는 지난해 10월 남부IT 서포터즈 본부에서 교육수혜자 120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대회에서 UCC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또다른 욕심이 생겼다. 정보기술자격증(ITQ)을 따는 것이다. ITQ는 한글과 워드, 엑셀, 액서스, 파워포인트, 인터넷정보검색 등 IT기술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인증시험이다. 학현 씨는 이를 위해 자립생활센터 홍보팀장 일 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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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는다는 각오로'

IT서포터즈를 만나면서 더해진 변화는 하나 더 있다. 다리가 생긴 것. 최근 그는 전동 휠체어를 기증받았다. 거의 누워만 있었던 학현 씨에게 다리가 생기고 날개가 돋으니 자신감이 자연스레 생기게 됐다.

가장 많이 바뀐 점이 "담대함"이라는 그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초기화면을 보여줬다. '네일 죽는다는 갔오로' 오자투성이의 글귀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워요. 내일 죽는다는 각오로 하면 안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우리(장애인)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며 "집에만 있지말고 나오라"고 말했다. 변화를 누구보다 뚜렷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학현 씨는 인터뷰 전날 혼자 대학로에 다녀왔다. 전국장애인 대회가 열려 용인자립센터 대표로 참석한 것이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서울에 다녀오는 것.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일지 몰라도 그에겐 기적이었다. “그 날 저녁 할머니는 많이 우셨어요. 저도 울었어요”

이같은 변화는 학현 씨에게 온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학현 씨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IT서포터즈의 활동도 커졌다. 학현 씨 혼자 받던 교육을 이젠 용인자립센터에 적을 두고 있는 4명의 교육생이 다 같이 받게 된 것이다. 손이 불편한 노 소장도 그 중 하나다.

수업 인원이 늘다보니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잊어버리기 쉬우니까 지난 주 했던 것 다시 간단히 얘기 해주세요" 의사 전달이 쉽지 않은 학현 씨에 비해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운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필요한 질문도 자주 하고 건의사항도 제기도 늘었다.

용인 자립생활센터의 교육을 맡고 있는 IT서포터즈와도 친구같은 사이가 됐다. 이들은 다 같이 지난 주 강원도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

◇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학현 씨는 여전히 욕심 나는 일이 많다. 삼육재활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우선 올해 가장 큰 목표가 수능을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학 대학에 진학해 목사님이 되고 싶단다.

용인장애인재활센터에서는 학현 씨의 수능 뿐 아니라 장애인 학생들의 교육을 돕기 위해 야학 개설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선생님을 모집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등 검정고시 준비 교사는 대학생, 휴학생 등 지원자가 있지만 수능 준비를 위한 대졸 이상 교사는 찾기가 어렵단다.

쉽지는 않지만 학현씨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저보다 몸이 더 안 좋고 어려운 사람들을 먹이고 재워주고 하는 시설을 차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는 그게 너무 안돼 있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바로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여자친구요. 편하게 얘기하고 대화하고 서로 눈물 닦아 줄 수 있는 사람” “여자친구 생기면 같이 뭐하고 싶어요” “에이..아시면서..” 그는 스물여섯의 청년다운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