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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수상작] 첫눈 오던 날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글짓기(인터넷) 초등부 대상

박유림 기자  |  2006.12.18 18:00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글짓기(인터넷) 초등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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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첫눈 오던 날 하얀 눈 속의 천사들이 우리 할아버지를 데려갔을까요? 할머니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항상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던 할아버지 이젠 저 하늘로 할아버지 말대로 여행을 떠나신 걸까요? 봄바람을 타고 어디로 가신 걸까요?

저의 이름은 박민주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지요. 매일 똑같은 일상생활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회사 가실 준비하시느라 바쁘시고 나와 동생은 학교 갈 준비에 바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또 할머니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시면서 또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 흘리십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머니 사진을 손에서 떼지 않으시는 할아버지가 전 싫습니다. 치매가 있으셔서 집을 나가신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엄마 아빠 얼굴을 못 알아보시는 할아버지는 행복했던 우리가정을 흐트러놓은 불행의 원인이었거든요.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 사진을 보시면서 우실 때가 가장 조용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아버지가 우시든 말든 상관안하고 남남인 듯 한집에서 살았습니다.

할아버지가 그토록 찾고 계시는 할머니는 지금 현제 이북에 계십니다. 정확한 생존확인은 모르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가 살아계신다고 굳게 믿고 계십니다. 항상 할머니만 찾아다니시는 할아버지는 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너무 밉고 싫었습니다. 어리석은 저는 할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어느날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 집에 일찍 왔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께 인사도 안 드리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즐겼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뒤에서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제가 컴퓨터만 할 때면 할아버지께서는 어김없이 다가와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계셨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저는 엄마에게 할아버지께서 컴퓨터를 할 때 마다 계속 쳐다보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 모양이시구나.” 엄마께서는 할아버지를 컴퓨터 학원에 보내실 생각이시나 봅니다. 그 비싼 돈을 주고 할아버지에게 컴퓨터를 가리키신 다니 전 너무 억울했습니다. 제가 그토록 컴퓨터 학원을 보내 달라고 할 땐 돈이 없다면서 보내주지 않으셨는데 치매가 있으신 할아버지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컴퓨터 학원에 보낸다니요!! 전 엄마와 냉전상태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엄마 고집에 따라 결국엔 할아버지를 컴퓨터 학원에 보내시게 되었습니다. 전 그 이후로 할아버지를 더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컴퓨터 학원을 다니신지 3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오늘 할아버지께서는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예전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도 안하시고 집도 나가시지 않으십니다. 또한 엄마 아빠도 구별할 수 있게 되셨습니다. 요새는 저에게 가끔 이북 고향얘기도 해주십니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치매예방이 되었던 것일까요? 저는 할아버지가 이렇게 인자하시고 따뜻한 분이신지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할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유일한 저의 말동무가 되었습니다. 예전과 지금과 비교해보면 상상도 못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전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고향 애기를 해주시는데 한번 그 애기를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그 풍경이 머릿속에 하나씩 그려집니다.

“그 꽃마을에는 여러 종류의 꽃이 아름답게 폈단다. 할아버지와 친구들은 이산 저산 돌아다니며 진달래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지. 또 여름엔 이웃집 순덕이네로 수박서리를 하러 갔는데 그 때 어른들에게 걸려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단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다 추억거리로 이 가슴속에 묻혀 있었구나! 아무튼 내가 살아생전에 우리 할멈이 있는 이북 땅을 밝아 밟아봐야 할 텐데...” 이 말씀을 하시는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할아버지의 눈물이 참 슬퍼보였습니다.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시던 할아버지께서 이제 어느정도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되셨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 뉴스에서 이산가족 상봉 소식의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기사를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금새 또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뀌셨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는 소식은 참 기쁜 소식이지만 내가 과연 할멈을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구나 할멈은 날 잊어버린 것은 아닐런지 혹시 먼저 하늘나라로 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구나 꼭 만나고 싶은데...”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꼭 할머니와 만나실 수 있으실 거예요,” 할아버지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왠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초라하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께서는 이산가족 상봉의 대해 알아보시다가 이산가족정보통신센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다운받고 그 다운받은 신청서를 대한 적십자사 남북교류공단의 보내면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기쁜마음에 신청서를 다운받고 그 신청서를 남북교류공단으로 보냈습니다. 그 후 할아버지께서는 어찌나 기뻐하셨는지 모릅니다.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너무나 행복해 하셨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저에게 메일 한통이 왔습니다. 할아버지의 부인 할머니는 오래전 6.25전쟁에서 할아버지를 찾으시다가 수류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이 메일을 보시면 너무 슬퍼하실까봐 한동안 이 소식을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생각하고 또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할머니께서는 이미 저 먼 하늘나라로 떠나셨데요.” 할아버지는 충격 먹은 듯한 얼굴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아프시다가 추운 겨울 첫눈오는 날에 할아버지께서는 조용히 눈을 감고 할머니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컴퓨터만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것입니다. 그토록 감사했던 컴퓨터가 너무 미워졌습니다. "차라리 그 때 할아버지가 아닌 내가 컴퓨터 학원을 다녔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한평생 할머니 생각만하다가 돌아가신 할아버가 너무 불쌍하였습니다. 할아버지의 무덤조차도 고향에 묻어드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께서는 저 먼 하늘나라에서 할머니와 오순도순 즐겁게 살고 계시겠지요?

그 날 밤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손을 잡고 저의 곁을 떠나가시는 꿈을 말입니다.


◆수상소감
 
우리 할아버지를 주제로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할아버지께서는 6.25 사태로 헤어진 할머니를 그리워하시다가 인터넷을 배우셨고, 이를 통해 할머니의 생사를 전해듣고 생을 마감하셨다. 이를 가지고 글을 썼는데 큰 상을 받게 됐고, 할아버지가 응원해 주신 덕분인 것 같다.

인터넷의 잘못된 사용 등 안좋은 이야기가 많은데, 글에 나오는 이산가족정보통신센터 등 좋은 역할도 많이 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이산가족들의 교류가 보다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해봤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종종 나쁜 글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데, 남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