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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70대老-10대少 사이버로 通하다

<4부>인터넷에도 사람이 살아요...③우리는 사이버가족

성연광 기자  |  2006.11.02 10:40
<4부>인터넷에도 사람이 살아요...③우리는 사이버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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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지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는데요. 고등학교에 와서 피아노 연습할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음대를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시고 학교 환경도 따라주지 않습니다.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 자퇴도 생각해 봤는데 힘들 것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성지고 1년 김다협)

 "다협이가 고민이 많구나. 다협이 글을 읽으니 피아노에 상당한 취미가 있는 모양이구나. 특별한 재능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권유하고 싶은 과목이기도 하지만 그냥 평범한 취미 정도면 늦은 감이 들기도 한단다. 늦었어도 남을 앞지를 수 있는 천부적인 소질,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승부욕, 부모님의 뒷받침, 담임선생님과의 진로상담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닐지. 또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위치에 두고 냉철한 눈으로 통찰해 보는 것도 진로 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같구나."(이정수 할아버지)

 부산에 사시는 할아버지와 경기 용인의 성지고등학교 한 남학생 간의 대화다. 얼굴을 모르는 사이인데도 언뜻 손자와 친할아버지 사이에 오가는 대화보다 더 진지하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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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생활과학연구소가 운영하는 사이버가족 게시판(http://www.wellageing.com). 이곳이 바로 청소년들과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세대간 우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청소년과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대화를 통해 보다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사이버가족'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회원 대부분이 60~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전국 7개 중·고등학교 학생이 이곳 게시판에 접속해 자신들의 고민이나 얘깃거리들을 올리면 어르신들이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해 상담하는 방식이다.

◇"우린 인터넷이 맺어준 사이버가족"

 낯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신세대들의 대화가 과연 통(通)하기나 할까. 이는 선입관에 불과하다. 실제 이곳에서 오가는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오히려 친구들과 나누는 그것보다 훨씬 더 진솔하다.

 "화산중 노인영·서 별 학생에게. 인영이와 별이는 서로가 매우 친한 사이인 것같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그때마다 즉시 대화로 오해를 풀어야 한다. 시간이 경과하면 멀어질 수 있느니라. 좋은 친구 한 사람 만나는 것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 지금부터 좋은 우정을 다져나가면 후에 사회생활에서도 서로가 많은 도움을 느끼게 될 거야. 인영이와 별이가 영원한 친구 되기를 바라며 이 할아버지의 경험을 알려드립니다." (김규열 할아버지)

 "할아버지 경험담을 읽고 나니 오해 같은 것도 빨리 풀어야겠어요. 별이랑 저 어른될 때까지 연락 안 끊고 친한 친구로 남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화산중 노인영)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도 오해도 있고 미워도 하지만, 정말 사이좋은 친구랍니다.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할아버지 말씀) 가슴 속에 깊이 새겨 들을게요. 감사해요." (화산중 서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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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륜에서 배어나오는 어르신들의 답글은 일선 교사나 부모들이 할 수 없는 인생상담자 역할까지 톡톡히 해주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호응도 대단하다. 진로나 이성문제 등의 다양한 주제로 지금까지 모두 1만건의 글이 오갔다. 용인 성지고 1학년 박상언 학생은 "처음에는 나이드신 분들과 사이버공간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게 어색했지만 글을 올리고 어르신들의 너무나 좋은 말씀들의 답글을 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자주 접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러는 인생상담 외에 컴퓨터에 관한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회원 가운데는 컴퓨터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그 덕에 PC 사용은 물론 홈페이지 제작을 어떻게 하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친절한 어르신들의 응답은 전문가 뺨칠 정도다.

◇온·오프라인 만남에서 꽃 피는 사이버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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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수개월간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온 어르신과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글을 나눈 노인들과 청소년들의 실제 만남을 위해 사이버 가족캠프가 3일 동안 부산에서 열린 것. 국내와 재일동포 중·고등학생 60명과 어르신 회원 30명이 참석했다. 청소년들에게는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을 없애고, 어르신들은 신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의 역기능 방지를 강조하기보다 사이버공간에서 몰랐던 세대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인간애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이같은 사이버가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세대가 함께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