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린 뉴스

2회해피~투게더, 디지털 세상
목록

[u클린]청소년 3명중 1명 "휴대폰없인 불안"

[연중기획-따뜻한 디지털 세상]<3부>정보사회 新문화 만들기-휴대폰 중독(上)

백진엽 기자  |  2006.04.20 11:24
[연중기획-따뜻한 디지털 세상]<3부>정보사회 新문화 만들기-휴대폰 중독(上)
image

발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 받으면 괴성이 들리고 이를 받는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2002년 개봉한 안병기 감독의 공포영화 `폰'의 내용이다.

휴대폰이 죽음을 부른다는 내용은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이야기지만 최근 실생활에서도 휴대폰 때문에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지난 2월 전북 익산시에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 1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달치 휴대폰 요금이 400만원 가깝게 나오자 고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결국 휴대폰이 죽음을 부른 셈이다. 휴대폰 무선인터넷에 빠져 전화요금을 500만원 정도 연체한 한 학생은 이를 훈계하던 어머니에게 발길질까지 하는 일도 있었다.

과거 한 방송사에서 휴대폰에 중독된 학생을 대상으로 5시간 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도록 실험을 한 결과 그 학생은 매우 불안한 모습으로 TV 리모컨을 휴대폰 대용품으로 사용하는 등 심각한 강박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적지 않게 퍼져 있는 `휴대폰 중독'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청소년 3명 중 1명 "휴대폰 없으면 불안"

지난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팀이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대폰이 손에 없을 경우 심리적으로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36.9%에 달했다. 3명 중 1명 이상이 휴대폰이 없을 경우 불안감을 느끼는 것.

휴대폰이 오랜 시간 울리지 않으면 벨이 제대로 설정돼 있는지 확인해 본다는 답변이 29.7%, 특별히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아도 휴대폰을 계속 꺼내서 확인하고 길거리에서도 휴대폰을 보면서 걸어간다는 응답도 39.5%로 높게 나타났다.

어느새 청소년들 사이에서 휴대폰은 반드시 손에 있어야 하는 기기로 자리잡은 것이다.

청소년들이 휴대폰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문자메시지다. 휴대폰의 주요 사용용도를 조사한 결과 문자 보내기가 34.3%로 전화통화(27.2%)보다 많았다. 한달 동안 1000건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학생도 38.2%나 됐다. 수업 중에 문자로 친구와 대화한다는 학생도 절반에 가까웠다.

이처럼 휴대폰이 청소년들의 정보교환을 위한 주요 도구가 되다보니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휴대폰이 켜져 있나 수시로 확인하는 등 중독현상을 보이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수업 중에 보내는 문자 내용도 중요한 것이 아닌 `심심해' `무슨 수업 중이야' 등이 대다수였다. 별 일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다.

이는 단지 청소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해 사용자 10만명에게 `공연장에서도 휴대폰을 끄지 못하는가' `배터리가 얼마 없으면 불안한가' 등 휴대폰 중독 성향에 대한 7개 항목을 물어본 결과 23.7%가 6개 항목 이상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즉 국민 4명 중 1명은 심각한 수준의 휴대폰 중독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image

◇휴대폰 중독, 금전·정신·신체 모두 해쳐

모든 중독이 그렇듯 휴대폰 중독 역시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킨다. 위에 제시한 사례들은 휴대폰 중독으로 발생한 최악의 사례들이기는 하지만 남의 일로만 넘겨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아직 정신·신체·경제적으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일단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청소년들의 경우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에 따른 비용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부모와의 심한 갈등, 또는 비용 마련을 위한 불법행위, 극단적으로는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

또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나온 증후군 중 하나로 `문자메시지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장시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학생들이 어깨결림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

이밖에 아직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자파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뇌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결코 긍정적일 수는 없는 것.

아울러 정신적으로 사회와의 단절, 감수성 상실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 동영상 등에 중독될 경우 사회와 벽을 쌓고 휴대폰 속에 점점 갇히게 된다는 설명이다.
image

◇휴대폰으로부터의 해방…모두 나서야

이처럼 휴대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화하면서 곳곳에서 중독 해소 및 예방을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청소년들의 주생활터전인 학교와 청소년들 스스로가 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경남지역의 청소년 자원봉사 단체 `한돌'은 매달 15일을 `휴대폰 없는 날'로 제정해 한달에 하루라도 휴대폰없이 생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캠페인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참여해 진행되고 있어 더욱 뜻깊다.

한돌을 운용하는 청소년운동가 임채삼씨는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고 각종 기기가 나타나면서 점점 인간을 위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전제가 사라지고 있다"며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논하기 전에 사용자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기계로부터의 해방'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 포천의 동남고, 서울 수도여고 등 여러 학교가 `수업중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 등의 자율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학교의 학생들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편해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정화 및 캠페인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 가정, 이동통신사업자 등 전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휴대폰 사용을 자제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 많아져야 하고, 휴대폰 중독에 대한 상담창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가정에서도 자신의 휴대폰 사용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자들도 요금이 많이 나온 청소년의 경우 부모에게 통보하거나, 청소년들은 가급적 본인명의로 가입하게 하도록 권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