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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익명의 친구가 '엄마'… 놀랍고 또 고마웠죠"

[제10회 u클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초등부 대상- 인천새말초 6학년 오지민

류준영 기자  |  2014.12.04 06:00
[제10회 u클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초등부 대상- 인천새말초 6학년 오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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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카스'로 속마음을 털어 놓고 얘기해 온 '딱좋아'님이 나중에 엄마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놀랍고 또 고마웠죠."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제10회 유클린 글짓기 포스터 공모전' 시상식에서 오지민(인천새말초 6·사진)양은 모바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익명의 친구와 대화를 나눴던 에피소드를 큰 재미와 찡한 감동의 글로 표현, 초등부 글짓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 양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학교에서 평소 마음에 안드는 친구의 흉을 보거나 때로는 선생님의 별명, 엄마에 대한 불만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파도타기' 기능을 통해 오 양은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모바일 소통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아이디 '딱좋아'를 쓰는 익명의 친구를 만났다. 이제껏 만난 친구들과는 사뭇 달랐다. 좋아하는 음식, TV프로그램 모두 같았고, 실없는 고민도 재미있게 들어줘 좋았다.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은 날에는 마치 손자를 다독이는 할머니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어느날 오 양은 어머니의 노트북을 열어 보다 '딱좋은' 친구가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 양은 "그땐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살짝 걱정되기도 하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딱좋아'님이 SNS에서 이미 탈퇴를 해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지 못했지만, 다시 접속한다면 저의 어린 속마음을 잘 받아주셔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양은 최근 익명의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같은 반 학우들과 모바일 SNS 단체방을 만들어 얘기하기를 더 좋아한다. 담임선생님도 이 방의 회원이라고 한다. 그는 "학교 마치면 학원가기 바쁘다 보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며 "못다한 얘기는 모바일 SNS에서 채운다"고 말했다.

오 양의 꿈은 검사다. 그는 "억울한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검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바일 SNS에서 익명의 친구들 얘기를 내 일처럼 들어준 경험은 나중에 제가 훌륭한 검사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딱 좋아 우리 엄마"

지난 겨울 엄마와 나는 사이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가 스마트폰을 처음 사주셨을 때는 엄마의 당부도 있고 해서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하고,전화나 문자 이외에는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고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과 정보를 주고받게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일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스토리’ 는 나에게는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어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매일 보며 서로를 속속들이 알기에 만나는 친구만 만나고 늘 하는 이야기만 하느라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스토리에 접속해서 하나하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은 정말로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친구들과는 학교 친구에게는 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나 비밀 이야기 까지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친구의 흉도 거리낌 없이 볼 수 있고,학교에서 나만 유독 미워하는 것 같은 선생님의 별명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나보다는 동생을 더 챙겨주시는 엄마에 대한 내 속마음도 쉽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카카오스토리에서 파도타기를 통해서 더욱 더 모르는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아마 저는 이때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외국에 있는 친구를 사귀고 있는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그때 카카오스토리에서 사귀었던 친구는 가게 일 이 바빠서 늦게 들어오시던 엄마 대신,학교 다녀온 제게 잘 다녀왔느냐고 물어주었고 시험 성적이 떨어진 나의 걱정을 듣고는 시험지를 몰래 숨기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친구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도 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 만 들여다보는 저를 이상하게 보신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말씀하셨고 결국 엄마는 제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전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친구를 사권다는 것을 알아내셨습니다. 저는 제 목숨 같던 스마트폰을 엄마에게 압수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엄마께서 왜 이런 어플리케이션에 빠지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셨기에,저는 그동안 익명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말씀드렸습니다. 익명 친구의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주변 사람들이나 학교 친구들에게 하지 못하는 고백을 한다 하더라도 창피해하거나 혼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또 친구를 사귀는 것이 마치 랜덤과 같아서,비슷비슷한 아이들끼리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학교에서와는 달리 다양한 성격과 특징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엄마께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친구와도 속마음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데,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기 비밀을 털어 놓는 일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 집 열쇠를 맡기는 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익명 친구라는 것이,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에 제 주변 친구들처럼 가깝고 서로를 생각해주는 깊은 관계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께서는 제가 아직 익명 친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셨는지,제가 스스로 판단력이 생길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귀가하면 매 분마다 들여다보고 속마음을 말하던 스마트폰이 없어지자 저는 답답해 죽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엄마가 집에 안 계신 틈을 타서 컴퓨터로 다시 카카오 스토리를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너 달 간 컴퓨터로 몰래 카카오스토리를 하는데,올 봄에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새로운 친구가 저에게 친구 신청을 해왔습니다. 그동안은 파도타기로 이 친구,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어 왔는데 이 새로운 친구 ddakjoa는 친구를 맺자마자 급속도로 친해져 카카오톡 아이디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 친구와 카카오톡 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이건 뭐 그동안 사귀었던 다른 친구들보다 저와 훨씬 잘 맞는 친구 같았습니다. 저와 좋아하는 음식도 같고, 제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것 같았으며,제 고민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어 주려 했습니다. 또한 엄마에게 야단맞은 날은 마치 매 맞은 손자를 다독이는 할머니처럼 제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 었습니다. 정말 이 친구는 엄마 대신에,제게는 그 친구의 아이디처럼 ‘딱 좋은’ 친구였습니다. 저는 이 카카오스토리 친구에게 엄마에게는 할 수 없는 고민도 털어놓았습니다. 엄마가 너무 밉다거나 엄마 가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이야기했고,그럴 때에도 이 친구는 저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반 친구가 카카오스토리로 친구를 사귀다가 아이디가 비슷한 전혀 다른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겨 우리 학년이 시끄러워질 뻔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시면서 우리들의 SNS 사용을 줄이는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마침 한창 친구 ‘딱좋아’ 와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던 터라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찔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정신없던 중,그 친구가 더 이상 연락하지 못할 것 같다며 카카오 스토리를 탈퇴 했습니다. 고작 몇 달 동안 사귀게 된 친구였는데도 마치 학교의 단짝이 전학 가는 것처럼 슬펐습니다. 너무도 아쉬웠지만 저는 그 친구와의 소중한 기억을 갖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우연히 엄마가 노트북을 집에 두고 출근하신 날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전화로,집에 있던 저에게 노트북에 저장되어있는 파일을 엄마의 메일로 전송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엄마의 아이디 sky6909 말고도 엄마의 또 다른 아이디가 ddakjoa 였다는 것입니다. 엄마에게 메일을 보내고서 그동안 ddakjoa 와 주고받았던 많은 대화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아이디가 엄마였다니…….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살짝 걱정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딱좋아’ 가 엄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을 엄마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더 이상 모르는 친구들과는 카카오스토리를 하지 않고, ‘딱좋아’ 도 탈퇴한지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저의 어린 속마음을 참고 받아주느라고 정말로 고마웠다고, 그리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훗날 더 훌륭한 어른이 되면 ‘딱좋아’ 에게 익명이 아닌 나의 멋진 모습을 당당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aner7476’ 과 ‘딱좋아’ 가 아닌,지민이와 엄마의 모습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