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따뜻한 디지털세상]<2부>보안은 생존이다- '좀비PC'의 위협


어느날 갑자기 무덤에서 살아난 시체(좀비)들이 밤마다 누군가에 의해 원격조정 당해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 벌써 몇년째. 이제는 그 좀비들이 학습을 통해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까지 갖춰 서로 뭉쳐 소도시를 기습한다. 호로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 감독이 올해 제작한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의 한 장면이다.

호러영화에나 나올 법한 `좀비'(Zombi·되살아난 시체)가 사이버공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욱이 최신 좀비영화처럼 스스로 진화하면서 전세계 PC 사용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일명 `좀비PC'가 그것이다. 좀비PC란 `봇'(Bot)으로 불리는 해킹프로그램에 감염돼 PC 사용자 외에 다른 사람에게 원격 조종되는 PC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조종으로 각종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에서 사이버보안의 최대 위협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국내 모 대학교 서버에서 최신 영화 파일을 무단 공유하는 와레즈사이트가 불법 운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대학측이 긴급분석한 결과 이탈리아 해커에 의해 해킹된 뒤 악성 `봇'(Bot)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학의 네트워크 환경이 파일 내려받기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이용해 해외 해커들의 와레즈사이트로 악용된 것. 더욱이 서버에 심은 `봇'이 자동으로 또다른 국내 PC 해킹을 위한 취약점을 찾던 흔적도 발견됐다.

이처럼 주인 모르게 제3의 PC를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악성 `봇' 감염 피해가 전세계 보안당국의 골칫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이미 시만텍, 맥아피 등 세계적 보안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웜에 이어 `봇'이 최대 보안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우리 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초고속인터넷 및 PC 보급률과 PC 사용자들의 낮은 보안의식 등으로 `봇' 공격자들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좀비 PC 감염 5대 중 1대는 국내 PC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악성 `봇'에 감염된 전세계 PC 중 우리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7%. 좀비PC 5대 중 1대는 우리 나라 PC라는 얘기다. 그나마 정부의 적극적인 `봇' 감염 방지 대책 덕분에 지난해보다는 많이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중국과 더불어 미국에 이어 `봇' 감염률 세계 2~3위권을 다투고 있다.

　`봇'은 주로 상대방 PC의 허점을 통해 전파된다.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이용하거나 허술한 관리자 패스워드 등 보안이 취약한 PC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빠르게 확산된다. PC에 숨겨진 `봇'은 또다른 주변 PC들의 취약점을 찾아 스스로 전파된다. 최근에는 웜과 결합된 형태의 복합형 악성 `봇'이 등장, 보다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악성 `봇'이 공격자의 PC에서 실행되면 PC 스스로 공격자가 미리 설정한 IRC(Internet Relay 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