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홍보처와 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사이버폭력 실태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사이버문화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네티켓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2점이었고, 응답자의 78.1%가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네티켓 평균점수 평가에서 41~60점이 45.6%로 가장 많았으며, 61~80점이 25.6%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균점수는 49.8점으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이버폭력의 삼각성에 대해선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28.5%, '심각한 편이다'는 49.6%를 기록한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그동안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세계 제일의 IT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과거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자유와 편리함을 누리게 됐지만 그 이면에서는 음란물 유통, 사이버 명예훼손, 해킹 등 각종 사이버폭력 및 범죄로 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역기능과 사이버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의식은 아직 미진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사이버 상에서 행해지는 유언비어 유포, 저작물 불법 다운로드, 아이디 도용 등의 행위를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결과, 사이버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인터넷 익명성과 함께 네티즌의 의식부족을 지적할 만큼 네티즌들의 건전한 윤리의식 함양과 책임의식 강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통제장치로는 법과 윤리가 있다. 법은 명시적이며, 위반 시 법적 제재가 뒤따른다. 윤리는 비명시적이지만 위반시 도덕적 비난이라는 사회적 제재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는 외면적으로 드러난 언행을 대상으로 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기저에는 양심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말과 행동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면의 양심을 올바르게 지켜야 한다. 양심은 법이나 윤리·도덕보다 더 근본적이고 내면적인 개념이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양심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이버세상에서도 법과 윤리의 잣대 이전에 우리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는 양심의 잣대를 서로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그런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마음들이야 말로 따뜻한 디지털 세상, 건전한 사이버 세상의 원천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보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며, 그 출발은 네티즌 모두가 사이버양심을 지켜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표적 비양심 행동으로 △욕설 비방 퍼붓기 △야동 야사 유포하기 △허위사실 유언비어 퍼뜨리기 △이름 아이디 훔쳐쓰기 △남의 저작물 마구 쓰기를 '사이버양심 5적(敵)'을 선정했으며, 이를 척결하기 위한 사이버양심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을 빌어 자신도 모르게 불법행위에 동조하고, 윤리적인 무감각이 극치를 달리고 있는 이때,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비양심적 행동을 적(敵)으로 이름붙임으로써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이를 개선해나가자는 취지다.

네티즌 모두가 ‘사이버양심 5적(敵)’이 사이버 공간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내면의 양심을 바로 일으킬 때, 깨끗하고 따뜻한 인터넷 세상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