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안 놓고 연구반 멤버간 찬반 양론 '시끌'… 제도화까진 상당시일 걸릴 듯
올해 인터넷업계의 최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제한적'으로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한국전산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익명성에 의한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 대책 토론회'에서 '인터넷 익명성에 의한 역기능 해소 연구반(이하 역기능 연구반)'에서 권고한 '제한적 실명제' 에 대한 공방이 뜨거웠다.

심지어, 직접 연구반 활동을 참가했던 멤버조차 이날 공청회에서 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실명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까지 요원한 일임을 실감케했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무엇보다 '제한적 실명제' 도입 여부다.

정보통신부는 이날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회원수 또는 일일 방문자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포털 사업자의 게시판에 대해선 본인확인절차를 의무화하는 '제한적 실명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단, 반드시 실명이 아닌 필명, 가명 등에 의한 표현을 배제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반 좌장을 맡은 서강대 왕상한 교수는 '익명성이 갖고 있는 순기능 요소를 감안해, 이용자의 '자기 책임성 존중'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 라봉하 인터넷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숙명여대에서 8월달 조사한 익명,가명 게시판과 실명게시판의 폐해 발생률 비교자료'를 근거로 가명, 실명게시판의 경우,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침해 행위가 압도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익명성과 실명제와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진보네트워크 관계자는 "대다수 포털사이트들이 이미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해 운영중인데, 포피모(포털사이트피해자모임) 회원들이 피해를 당한 것도 대부분 이들 실명 게시판이었다"며 "이는 익명성이 인터넷 인권침해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익명성 때문에 실명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반 활동에 참석한 한국YMCA 관계자도 "연구반 활동멤버였지만 실명제 도입부문에 대한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전제로 "정작 포피모 회원들까지 실명제에 대해선 동의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실명제 법개정 검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협의는 시간을 두고 보다 철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사무국장은 "제한적 실명제 도입을 의무화할 지, 업계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권장하는 수준에 그칠지의 여부는 보다 많은 합의가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며 "권고안이 나온만큼, 이제부터라도 이 부분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후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연구반 참석 멤버들간에 도출된 최종 권고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난항이 거듭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도입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