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분쟁조정위 조정결정 "본인확인 않은 사업자가 책임 떠넘기는 건 부당"
인터넷 상에서 주민등록 도용 피해자가 이젠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하지 않아도 인터넷 회원 탈퇴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인터넷 사업자가 주민등록번호 도용 피해자의 회원탈퇴시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던 관행에 대해 신분증 사본 요구 이외의 다른 수단을 통해 본인확인을 해 회원탈퇴를 시켜줘야 한다는 조정 결정이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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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47세)는 지난 5월 모 포털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려다 황당한 일을 경험해야했다. 회원가입창을 열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더니 이미 가입된 번호라서 재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 남에게 자신의 주민번호를 도용 당했다고 판단된 A씨는 해당 포털에 전화를 걸어 회원탈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포털측은 정작 명의자 본인을 확인해야된다며 신분증 사본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A씨는 "본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입시킨 점은 전적으로 사업자 책임이며, 아무런 귀책 사유없이 또 다른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신분증 사본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포털은 "신분증 사본은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하게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증거로서 신분증 사본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A씨 주장을 묵살해 버렸다.

정보통신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박준수)는 지난 12일 제14차 조정부회의에서 이번 주민등록번호 피도용자에 대한 온라인 사업자의 신분증 요구 사건에 대한 조정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온라인사업자가 주민등록번호 도용의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지워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송부하기를 요구한 후,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신분증 사본 팩스 요구 대신에 전자정부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서비스, 휴대폰 인증, 사업자의 자율적인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 도입 등의 본인확인 방법"을 권고했다.

또한 이를 통해 신청인이 본인인지 지체없이 확인하여 탈퇴시켜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배경과 관련, 위원회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인한 인터넷회원 가입이 개인정보침해의 4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도용당한 사람의 신분증을 팩스로 송부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온라인사업자의 일반 이용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부당하게 신청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도용 피해자에게 또 다른 개인정보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원회는 통신사 대리점 직원이 신청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휴대폰 2대를 허위 개통한 사건에서, 통신사 본사에 신청인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수집한 대리점의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신청인에게 3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