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의 시대..인터넷 민주주주의 꽃 vs 사이버 폭력의 온상
바야흐로 댓글의 시대이다. 지난 23일 포털사이트들이 공동 개최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대통령,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토론의 흐름에 따라 의견을 나누고 평가하며 토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날 생방송 중에 달린 댓글은 포털사이트 한 곳에서만 1만 7천여건. 정치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적은 관심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온 국민을 하나로 모으며 우리나라 야구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회의 인터넷 중계가 지상파 TV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댓글을 통해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많은 이들을 끌어 모은 덕분이었다고 한다.

단독 인터넷 중계를 맡았던 한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은 무려 11만여건. 요즈음엔 뉴스 기사에서조차 댓글을 통한 여론 전달이 빠지지 않아, ‘댓글’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찾아 만들어낸다는 이른바 ‘댓글 저널리즘’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댓글은 이제 인터넷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되었다.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고 평가하고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매체가 바로 댓글이다. 대통령이나 7살 어린이나 똑같이 두 세 문장의 글로 자신을 표현한다. 이쯤 되면, 댓글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토론과 상호 의견 교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인터넷 시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누군가의 말도 그리 과장은 아닌 것 같다.

굳이 정치·문화적인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야구중계 보며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는데, 혼자 있어도 사이버공간에서 한국팀을 같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라거나 “카페에 올린 고민 글에 회원들이 달아준 따뜻한 댓글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이야기는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댓글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댓글의 긍정적 측면 이면에는 댓글이 사이버폭력의 주요 수단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2005년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 1, 2위는 4만9394개의 ‘서울대 도서관 폭행 사건’과 3만2749개의 ‘지하철 개똥녀 사건’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개인의 신상과 얼굴 사진이 공개되며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이 사건들에서, 당사자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네티즌들 앞에 발가벗겨져 일방적 사이버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다. 1,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았던 댓글들의 대부분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감정적 비방과 욕설로 가득 채워졌다.

이러한 삐뚤어진 댓글 문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은, 2005년 사이버폭력 상담 건수가 총 8,406건으로 2004년의 3,913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이버폭력 상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댓글 문화의 급격한 확산이 사이버폭력 증가에 일조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임수경씨 댓글’에 관한 법원의 유죄 판결에서 보듯, 삐뚤어진 댓글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대 아래 건전한 댓글 문화 형성과 사이버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 전반의 자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포털사이트에서도 기능적·제도적 보완과 함께 네티즌을 상대로 한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티즌의 의식 전환이다. 네티즌 각자가 사이버세상이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간으로서 인터넷을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2006년 ‘사이버 문화를 바꾸자’를 테마로 연중캠페인으로 전개되는 머니투데이의 ‘U클린’ 캠페인에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이번 ‘U클린’ 캠페인이 바른 정보 전달과 합리적 대안 제시로 사회 전반의 자정 움직임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