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주장 득보다 실 많을 수도...삼진아웃제 등 소프트한 조치부터
우리는 오늘날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네트워크 사회에 살고 있다. 인터넷은 정치사회적으로 대화, 토론, 소통의 공간의 확장을 가져와 없었다면 10년은 뒤쳐질 우리의 민주화를 앞당겼다.

경제적으로도 거래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와의 직거래 또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비용을 혁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문화적으로는 네트워크게임, 카페나 미니홈피, 블로그 등 다양한 소통방식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사회정치, 문화적 영역을 개척하는 것에 상응하는 부작용과 문화적 지체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켜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세대별, 계층별 정보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나 개인정보침해, 바이러스나 해킹으로 인한 시스템의 불안전성이 증대하는 점, 음란물(포르노그라피) 유포, 스팸메일 대량발송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인터넷 명예훼손 등 사이버 폭력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명예훼손 등 인터넷상의 사이버 폭력은 현실공간의 경제적, 사회적 이해갈등이나 세대별, 지역별 이념 또는 가치관의 갈등이 사이버에서 이뤄진 결과다.

문제는 인터넷의 사이버공간에서는 그런 사이버 폭력이 현실공간보다 더 쉽게 더 압축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익명적 공간이라고 생각해 더 쉽게 자신과 다른 이해나 가치를 가진 타자에게 더 강한 부정적 언어를 사용한다. 그런 부정적 언어는 현실공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고 전파된다는 점에서 더 폭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세계적인 정보인프라 위에서 새롭게 출현하는 사회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전 속의 법(law in text)이 아닌, 사회속에 살아있는 법(law in society)이라는 시각에서 보았을 때,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우리의 정보네트워크사회에서 법문화를 포함한 정보문화, 사이버문화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선두에 서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지켜야할 규범은 무엇인지 그 중에서 인터넷상의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 꼭 지켜야 할 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위반시 제재는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이 좋은지 하는 점은 그 적용에 앞서 이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또한 익명성이 문제이기 때문에 실명제를 주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시행에 앞서 그 효과를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 흔히 인터넷은 익명적 공간이라고 하지만, 인터넷 공간은 네티즌들이 어느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어느 정도 머물렀는지, 어떤 컨텐츠를 봤는지 다 흔적이 철저히 기록되는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가해자를 적발해서 사이버폭력을 막겠다는 수단으로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활력있는 인터넷 참여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다.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등 사이버폭력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도 인터넷문화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책임성을 높이는 다양하고 소프트한 조치가 필요하다. 댓글을 다는 경우 그 사람의 그동안의 댓글을 찾아볼 수 있게 하거나 그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다. 3번 이상 악의적인 또는 육두문자를 다는 경우 3번째부터는 IP를 차단하는 경우 등도 방안이라고 본다. 덧붙여 정보사회에 상응하는 윤리교육이나 네티즌들 스스로의 자정노력 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인터넷 문화를 활성화하는, 그래서 우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정책대안이 세계적인 선두에선 우리 정보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