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세 홍보대사로 활약 "악플은 면전서 욕하는 것보다 상처 심하다"
"순수한 얼굴을 한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무서운 글을 남기는지 모르겠습니다."

개그콘서트 '방송과의 전쟁'에서 "가재는 종편이라더니…"로 인기몰이를 한 개그맨 김대범은 화면에 비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험상궂은 역할을 주로 했지만, 실제 만난 그는 하얀 피부의 작은 얼굴, 낮고 차분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역시 TV에서 각인된 이미지 때문일까. 그가 개그맨 생활 외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윤리'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엔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는 올 상반기 내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아름다운 인터넷세상 만들기(이하 아인세)' 홍보대사를 맡아 전국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인터넷윤리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그는 "악성 댓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고 있는데 무심코 단 나쁜 댓글로 자살을 하고, 결국 그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아이들조차 놀란다"고 말했다. '장난처럼' 그저 한번 해본다는 생각이라는 것.

아이들이 1촌을 신청해 '아저씨 때문에 악플 안남기고 있어요'라는 글을 보면 기쁘다는 그가 아인세 홍보대사가 돼 인터넷윤리 강사가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김대범씨는 지난해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행사 진행 요청을 받았다.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사비를 들여 돼지탈을 쓴 사람과 후레시맨을 데리고 갔다고 한다. 주위가 산만한 초등학생들을 집중시켜 어느 때보다 행사가 잘 치러지진 것. 주최측인 KISA측이 칭찬을 아끼지 않고 감사함을 나타낸 것은 당연하다. 그 일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KISA와 함께 초등학교 강의까지 하게 된 것이다.

김대범씨가 사비까지 터는 등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아인세 홍보대사를 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댓글에 상처받고 악플로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개그라고 하냐'는 댓글을 보면 아닌 척 하지만 하루 종일 혼자서 속앓이를 한다는 것. 김대범씨는 "차라리 면전서 욕을 하면 대응을 하겠는데, 악플을 보면 어찌할 수도 없고, 면전에서 욕을 듣는 것보다 상처가 심하다"며 악플의 무서움을 얘기했다.

김대범씨는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인터넷윤리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대범씨는 인터넷윤리 교육을 하는 도중에도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1촌 신청을 하고 댓글을 남기는 것을 경험했다. 그야말로 과거보다 악플도 더 빨리 광범위하게 달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올해만 벌써 6곳의 학교를 찾은 김대범씨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대범씨는 "어머니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아이에게 주민번호를 알려주면 아이들은 그걸로 성인용 게임과 동영상을 마음대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며 "부모님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범씨는 다음달 2일 서울 NH아트홀에서 열리는 본지 주최의 'u클린 청소년 토크 콘서트-U.토.피.아'에서 초등학생 대상 콘서트의 사회를 맡는다.

400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는 학생들의 사이버윤리의식을 높이고, 디지털기기를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본지가 올해로 8년째 이어가고 있는 청소년 대상 문화공연이다.

"강의를 하다 보니 아이들을 집중시켜 하는 요령도 터득했다"며 재밌는 행사진행에 자신감을 나타낸다. 그는 그저 '행사를 뛰는' 개그맨이 아닌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인터넷윤리 전도사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