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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게임 아이템, '돈벌이' 넘어 '범죄'로

[연중기획-따뜻한 디지털 세상]<2부>보안은 생존이다-아이템거래 성행(上)

성연광 전필수 기자  |  2005.10.13 09:47
지난 9월5일 주중 한국대사관. 이날 중국인들의 집단 사이버 시위로 대사관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사관 홈페이지(http://china.koreanembassy.cn)가 1000여건 이상의 항의글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얼마 전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국내 온라인 게임사이트에 접속, 내국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게임계정을 개설한 뒤 대량으로 아이템(사이버 머니)를 만들어 1000억원 상당을 국내 판매하고, 이중 605억 상당을 중국으로 불법유출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찰청이 중국인이 불법 운영해온 국내 온라인 게임계정 12만건을 임의적으로 사용 중지시키자, 그동안 현지에서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생산해오던 사업자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선 것. 당시 중국 현지에서 떠들썩했던 이른바 '구오봉호(九五封互)' 사건이다. 9월5일 계정정지된 사건이라는 뜻에서다. 이들 12만명의 게임계좌를 통해 생성된 아이템 규모가 우리나라돈으로 자기만치 120억원. 그것보다도 4만명의 노동자들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는 게 이들 항의의 주 내용들이다.

◇뿌리깊은 韓-中 불법거래 커넥션

이 사건은 '국내 온라인 게임용 아이템 제조'가 이미 중국 현지에서 일종의 산업으로까지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아이템 작업장은 1000여곳에 이르고 있다.

중국업자는 사무실을 임대해 수백명의 노동자를 고용, 하루종일 게임을 시켜 아이템을 대량 생산한 뒤 중국내 중간 수집상이나, 국내 아이템 거래업자를 통해 한국에 아이템을 팔아왔다. 초기에는 한국인이 중국인을 고용해 아이템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중국인이 국내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계정 개설 후 아이템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국내 온라인 게임계정을 만드는데 필요한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얻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온라인쇼핑몰을 해킹해 정보를 빼가기까지 했다. 심지어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IP를 차단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국내 IP를 부여 받거나, 보안이 허술한 기업과 학교 등을 해킹, 이를 경유해 게임업체에 접속했다. 실제, 중국업자들 사이에 해킹된 사이트 목록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량 생성된 아이템을 실제 현금화하기 위해선 국내 판매조직과의 결탁이 절대적이다. 한국인 아이템 판매업자는 중국인들이 한국인의 주민번호 도용, 게임계정 결제를 대행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환치기 수법을 통해 판매대금을 중국으로 밀반출해주고 5~10% 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

한-중간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를 둘러싼 불법 커넥션이 이미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 지난 5월부터 국내 유수 웹사이트를 해킹해 국내 온라인 게임 이용자 계정을 몰래 빼가는 트로이목마를 심어놓는 중국발 해킹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저히 이용자들의 재미요소가 돼야할 게임아이템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국제적 불법 커넥션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청소년 범죄의 온상

이같은 게임아이템 거래는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사이버 범죄 중 게임관련 범죄가 40%를 차지하고, 범죄자 중 90%가 청소년이다. 또 청소년 사이버 범죄 중 게임아이템 사기 등 게임 관련 비중은 53%로 가장 높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조사 결과, 최대 아이템중개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의 청소년 이용 비율은 15%가 넘는다. 아이템베이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평균거래 가격은 6만~7만원선. 청소년들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아이템을 둘러싼 각종 사기와 해킹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초등학교 1학년생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최근 실의에 빠진 이유가 게임아이템 사기를 당한 충격때문이란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어린이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을 사기 위해 돈을 입금시켰는데 아이템을 팔겠다는 사람이 돈만 챙기고, 사라졌던 것.

◇ 아이템거래 공론화 시급

게임아이템이 현실적으로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거래되면서 각종 문제가 파생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관련업계와 전문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별 소득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법원은 게임아이템의 재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개인간의 거래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템 거래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해도 경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을 처벌하는 형법 제347조(컴퓨터 등 사용 사기)를 인용해 처벌하는 정도다.

아이템 거래를 정상적 거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업체 규모로 운영되는 작업장이나 아이템 중개상들에 대한 과세 문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법사위) 등 일부 정치권이 아이템 시장을 인정하고 양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약관에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게임사나 일부 시민단체 등 아이템 거래를 더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제 아이템 거래를 양성화 시키던, 규제를 하던 이제 관련 당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란게 각 이해당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