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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인터넷에도 사람이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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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Hack) 컴플렉스' 광풍 분다

'인터넷=완벽' 앞세운 마녀사냥 경계'…'위험성' 적극 홍보해야

성연광 기자  |  2005.09.29 16:35
'이건 바로 뗀 건물 등기부등본입니다. 고성능 스캐너를 이용해 이렇게 감쪽같이 등기 설정을 위조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등기소에서 뗀 민원서류를 고성능 스캐너로 위조하는 시뮬레이션을 보여줬다면 아마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지 모른다. 공문서 위변조 사건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공문서 진본 관인과 1mm 이상 오차도 나지않는 도장 제작기로 위조된 문서의 경우, 일반인들이 도저히 위변조 여부를 식별해내지 못할 정도라 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소홀하기만하다.

최근 인터넷에서 발급되는 각종 민원서류들의 위변조 가능성이 앞다퉈 확인되면서 행정자치부, 대법원, 국세청 등의 인터넷 민원서비스들이 일제히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내일은 또 어디가 뚫릴 지 걱정부터 앞선다.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시스템의 위변조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불거진 '위변조' 파문은 일부 언론사들의 과열 취재경쟁과 일부 보안업체들의 이권(?)과 교묘히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확대됐다.

이 여파로 행자부, 대법원, 국세청의 민원서비스가 올스톱돼, 국민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으며, 급기야 전자정부(G4C) 사업 전반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인터넷 공문서 위변조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한 국회의원과 언론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만으로 누구나 완벽한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을 늘어놨다.

그러나 정작 전자정부(G4C) 사업이 개시된 지 이미 몇년이나 흘렀지만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로 인한 사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그들의 주장대로 누구나 약간의 컴퓨터 지식만 있다면 가능하다는데도 말이다.

이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여전히 위변조 방법을 찾기 쉽지 않은데다, 설령 위변조 됐다손치더라도 수령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위변조된 인터넷 민원서류가 실제 통용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민원서류의 경우, 수령기관이 위조여부를 확인해 볼 뚜렷한 방법이 없는데 반해 이처럼 인터넷 민원서류는 나름대로의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이니셔니브를 쥔 전자정부(G4C) 사업 전반에 대한 마녀 사냥은 그치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는 '핵(Hack) 컴플렉스' 가 또다시 발동한 까닭이다.

'핵 컴플렉스'란 인터넷 서비스는 그야말로 '완벽'해야된다는 우리 무의식속에 잠재된 망상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선 오래전부터 공문서 위변조 사건이 심심찮게 터지고 있는데도, 여기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론이 인터넷으로만 무대가 옮겨지기만 하면 달라진다. 특히 해킹과 관련해선 그야말로 광분 수준이다.

단순히 인터넷 민원서류가 위조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입증됐는데도, 마치 이로 인해 대형 사건이나 터진 것처럼 온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실제 위변조 사고가 한건이라도 터져나와 준다면 아마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은 그걸로 문을 닫아야할 분위기 같다.

잠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보자. 동사무에서 발급받은 공문서를 누가 한번 위조했다고 전 정부기관이 공문서 발급을 중단해야된다는 논리를 누군가 펼친다면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

4개월 전 한 해커가 다른 사람의 PC에 침입해 은행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빼내 인터넷뱅킹을 통해 돈을 인출해간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한번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인터넷 뱅킹시스템이 해킹되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논리(엄밀히 말해 인터넷뱅킹시스템이 해킹된 게 아니라 개인 PC가 해킹돼 사용자의 금융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다.)는 급기야 '전자금융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조장으로 이어졌다.

생각을 바꿔보자. 집안에 도둑이 들어와 누군가 자신의 은행통장과 도장, 신분증을 훔쳐간 뒤 은행에서 돈을 훔쳐 달아났다면? 역시나 눈길이 가지 않는다. 이미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바로 윗 상황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재연한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유비쿼터스 중심국으로 자리잡게되면서 한편으로는 이같은 '핵(Hack) 컴플렉스'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실,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완벽' 그 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된데는 전자정부 당국이나 금융기관을 포함한 모든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자들의 책임소지도 적지 않다.

어느 한곳도 서비스를 개시할 때 '해킹이나 위변조될 위험이 있음'을 적극 알리려는 노력이 없다. 앞다퉈 내놓은 '안심하고 이용하세요'라고 문구에 너무 젖어있다보니, 자칫 그 위험성이 노출될때마다 일종의 '사회적 노이로제'처럼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다시 돌아와보자.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의 인터넷 민원발급 시스템에서 심각한 취약점이 있으면 안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재의 비난을 감수해야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물론 100% 완전히 위변조를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속적으로 보안 완성도를 높여나가는데 더욱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위변조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한다.

무엇보다 전자정부 당국은 시스템 재개에 앞서 "언제든 위변조 가능성이 있음"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한다. 경각심을 일깨워 이용자들 스스로 반드시 검증하고, 조심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현재 지적된 기술적 문제를 시급히 보완하는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절대 완벽해야된다'는 망상을 이제는 과감히 떨쳐 버리고 오프라인 거래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이용자 스스로 보안책을 강구해나가야된다.

한가지 씁쓸한 점은 현재 상용화된 서비스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기관에 연락해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먼저 대중 앞이나 언론에 터트리는 행위다. 벌써부터 정치적 인기 혹은 상업적 논리로 '핵 컴플렉스'가 이용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