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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후 카톡 끊었더니 '반톡' 왕따?
[u클린2013]취학전 유아 인터넷이용률 73%… '암'보다 더 아픈 '악플' 고통 여전
강미선 기자 | 2013.03.28 05:13#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모군은 얼마전 반 친구들이 자신을 빼고 '반톡'(반 학생들이 단체 초대된 카카오톡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특별활동 조 편성을 한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결심에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끊은 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 친구들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키득거릴 때면 채팅창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불안하다. 혼자만 학교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걱정도 앞선다. 다시 채팅 앱(애플리케이션)을 깔아야하나, 이제라도 '반톡'에 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부장(50)은 요즘 부쩍 뒷목이 뻐근하고 팔까지 저린다. 평소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많은 데다 요즘은 이동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도 구부정하게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작동하면서 증상이 심해졌다. 이른바 '수그리족'이다. 병원을 찾으니 장시간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자세를 지속하면 거북목증후군이나 척추측만증 등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평소 생활 습관을 고치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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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PC' 스마트폰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을 토대로 시공을 초월한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 환경이 조성됐다. 어디서나 펼쳐지는 모바일 환경은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끈끈한 줄이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 뿐이 아니다. 사람과 사물, 사람과 기업이 끊임없이 연결되면서 스마트폰은 통신은 물론 금융거래, 쇼핑, 놀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종합 문화서비스 플랫폼이 됐다.
하지만 일상적인 만남과 소통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자리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 맞는 스마트 힐링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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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인터넷을 얼마나 쓸까. 방송통신위원회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7~9월 전국 만 3세 이상 7만30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 3세 이상 국민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년대비 94만명 늘어 3812만명(이용률 78.4%)인 것으로 조사됐다.
3~9세의 인터넷 이용률은 88.2%에 달했다. 만 3~5세 취학전 유아의 인터넷이용률도 전년대비 6.6%포인트 확대된 72.8%를 기록했다. 어려서부터 인터넷 중독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7살 아들을 둔 주부 양수정씨(35)는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아빠 노트북을 보며 마우스를 이리저리 클릭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냥 둬도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ICT(정보통신기술) 발달로 환경이 좋아지면서 '장소 구분 없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도 전년보다 6.5% 포인트 늘어난 58.3%를 기록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립 강북인터넷중독예방센터가 지난해 11~12월 초·중·고·대학생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5.9%가 중독사용자군으로 나타났다. 여학생 중독률이 8.3%로 남학생 2.8%보다 약 3배가량 높았다. 학령별로는 중학생이 8.5%로 가장 높았고, 초등·대학생 5%, 고등학생 4.7%로 나타났다.
중독사용자군은 평일에 평균 7.8시간, 주말에 평균 9.8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67.1%가 ‘채팅 메신저’를 이용했다.
KISA 관계자는 "스마트기기 대중화로 무선인터넷 접속이 유선인터넷을 대체하고 있고, 5~9세 아동들의 인터넷 중독률은 7.9%로 20~49세 성인 중독률(6.8%)보다 높다"며 "미취학 유아 시절부터 올바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사회와 가정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암' 보다 더 아픈 '악플', '소통' 대신 '고통' SNS
불건전 정보나 악성 댓글, 개인정보 유출 등 인터넷의 그늘은 이미 30여년전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도입되면서부터 우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로 사이버공간이 더 확대되며서 그 걱정의 깊이는 더욱 커지고 있다.
KISA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반 사회문제에 대한 설문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명의도용'(53%)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댓글(52.5%), 욕설·비속어 남용(40.4%) 문제에 대한 응답률도 높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건전문화 정착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만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중 4.3%는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 타인의 사이버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인터넷 이용 빈도가 많은 20대와 30대에서 사이버 폭력 경험률이 6.2%, 5.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예인 등 공인이 겪는 '악플'(악성댓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33살의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씨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암보다도 악플 때문에 더 아파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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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SNS 불법정보 관련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4454건으로 전년(780건)에 비해 6배나 늘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비롯한 불법 식·의약품 판매 및 마약 정보가 2601(58.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 도박사이트 정보 1000건(22.5%), 음란 및 성매매 알선정보가 250건(5.6%)으로 뒤를 이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SNS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메일, 문자에 집중됐던 불법정보들이 SNS상으로도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심의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이용자들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