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5부>온라인 저작권문화 정립하자-방송 저작권

'위기를 기회로.' 거침없이 질주하던 동영상 손수제작물(UCC)이 저작권이란 암초를 만나 살얼음판 위기에 몰렸다. 방송 저작권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3사의 대규모 법정소송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

그러나 이 문제는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산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방송사를 비롯한 저작권자와 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 이용자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접고 대승적 합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기술적 시스템으로 방송물 불법복제를 피할 수 없다면 이용자가 정당하게 방송 저작권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이 틀 안에서 저작권 이용에 따른 저작권자-OSP-이용자간 상호 윈윈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방송 저작권 '폭풍전야'
　최근 동영상 UCC 열풍으로과 더불어 방송 콘텐츠 불법복제 문제가 시급해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와 인터넷 자회사가 2차례에 걸쳐 38개 포털, UCC 전문 서비스업체를 상대로 경고장을 보낸 데 이어 빠르면 이달 말부터 저작권 침해행위가 심각한 온라인서비스업체(OSP를)들을 선정, 법정소송에 들어갈 태세다. 동영상 UCC업계 전체가 거대한 저작권 태풍전야에 놓이게 된 것.

　그럼에도 여전히 타협의 실마리는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OSP온라인 서비스업체는 '저작권 보호'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방송사의 지나친 저작권 공세가 이용자의 창작의욕을 꺾고 새로운 인터넷 코드로 자리잡은 UCC 문화를 퇴보시킬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동영상 콘텐츠의 특성상 불법복제물을 일일이 걸러내기 힘들다는 서비스업체의 현실적인 한계도 맞물려 있다. 현재 이용자가 올리는 방송물 UCC의 경우 비영리 목적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은데다 공중파 주파수가 공공의 재산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공익적인 차원에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OSP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방송사의 불신이 극도로 심화돼 있다는 것.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네티즌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 불법 콘텐츠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게 방송사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지상파 방송3사가 조사한 침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검색포털은 불법복제된 방송물을 여과 없이 검색결과에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용자가 드라마 제목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드라마 다시보기' '드라마 몇회 다시보기' 등 자동 인기검색어나 추천검색어를 제시함으로써 불법복제 동영상물 사이트로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사이트의 UCC 메뉴 분류에서 TV 또는 방송명을 사용하는 곳도 적발됐다.

　iMBC 관계자는 "이는 엄연히 포털과 UCC 전문 사이트가 방송물 불법복제를 조장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며 "특히 불법 콘텐츠에 대한 아무 해결책 없이 UCC라는 허울 속에 동영상 광고를 비롯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합법적 저작권 허락창구 시급
　'닦달하는' 방송사와 '소극적인' OSP간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이들의 허술한 저작권 관리시스템과 저조한 인식 탓으로 청소년을 비롯한 네티즌이 애꿎은 예비 범법자로 몰리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 UCC의 84%가 기존 방송, CF 광고 등을 편집한 불법복제물로 조사됐다. 시중에 유통되는 UCC 10건 중 8건은 저작권 침해물이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털 블로그나 미니홈피, 동영상 사이트 등 다른 곳이라면 단 1초만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인용해도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실. 그러나 이는 방송 콘텐츠 편집과 이용이 동영상 UCC의 대세로 자리잡았음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방송 콘텐츠 불법복제를 완전 차단할 수 없다면 무조건적인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나 기술적 보호장치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이제는 저작물을 활발히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으나 판도라TV는 이용자가 5분 이내로 방송 콘텐츠물을 가공, 편집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을 저작권자와 공동으로 나누는 '인용권'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OSP의 보다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노력이다. 이를 통해 방송사와의 골깊은 '감정대립'을 해소하고 저작권자도 이용자가 방송 저작물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통해 초기에 저작권 보호만 외치다 저작권자-OSP가 공동으로 '불법복제시장'(블랙마켓) 함정에 빠져버린 온라인 음원시장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음악이나 어문 저작물과 달리 방송물의 경우 집중 관리단체가 없는 실정. 현재의 시스템대로라면 지상파 방송3사, 다수의 케이블 방송사와 일일이 저작권 협상을 벌여야 한다. 최근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가 저작권을 소유한 경우가 많아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할지 헷갈리는 때도 많다.

　이대희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저작권자로부터 간편하게 이용을 허락받을 수 있는 프로세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방송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 및 전송권이 방송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음원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보다 단일화된 체계 구성이 보다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