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캠페인-따뜻한 디지털 세상]<2부>보안은 생존이다-아이템거래 성행(下)
"현실적으로 아이템의 현금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만큼 이제는 이를 양성화 해야 한다."

"지금도 아이템 현금거래로 인한 피해가 큰데 이를 양성화 하면 더 큰 혼란만 초래한다. 아이템 중개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고, 관련 문제가 국제범죄화될 정도로 심각해 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템거래에 대한 양성화론과 규제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 아이템거래는 중국발 대규모 해킹사건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게임아이템은 재물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의 거래 또한 정상적 거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조원 시장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형성돼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 현실적 거래 인정..거래에 대한 과세 필요

양성화론자들은 현실적으로 아이템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물리적으로 막기 어려우므로 양성화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1조원에 달하는 시장임에도 거래에 대한 세금이 없어 사실상 탈세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시장을 양성화시켜 적정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법사위의 정성호 의원(열린우리당)은 "아이템 현금거래는 각종 범죄와 청소년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법제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측은 아직 구체적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지만 사기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개인간 직거래를 차단하고, 아이템 중개사이트나 게임 내에서 중개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연말에는 현직 판사가 게임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양성화와 함께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 관심을 끌었다.

윤웅기 부산지법 판사는 당시 '2004 미래게임포럼 공개세미나'에서 "아이템 거래의 법적 성격을 권리금 거래로 파악해 볼 때, 게임사의 현금거래 약관은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며 게임회사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노동(스포츠 선수들의 플레이와 비슷한)의 대가로 획득한 아이템을 권리금 형식으로 환수한 게이머들에게 납세의 의무를 부과하는 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며 아이템거래에 대한 과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템거래 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면 온라인게임 시장도 함께 커지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대 아이템중개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의 김치현 대표는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을 활용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개발될 수 있고, 게임시장 규모 역시 커질 것"이라며 "온라인게임 아이템중개 사업모델은 새로운 외화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아이템거래는 해악..규제 강화해야

반면 규제론자들은 아이템거래가 사이버 범죄, 게임중독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아이템거래를 지금보다 더욱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정감 김민선 사무국장은 "아이템거래에 대한 법률관계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며 "아이템이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이템 중개사이트들을 폐쇄시키고 아이템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템거래를 양성화시켰을 경우, 아이템거래로 인한 사회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므로 이를 철저히 차단해 아이템거래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국장은 이어 "게임사들도 게임내에서 아이템이 거래되지 못하도록 게임시스템을 개편하고, 건전 게임문화 육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게임사들의 책임론도 분명히 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템은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 독립된 재물이나 재산적 이익이 아니다"며 "아이템거래는 게임사의 약관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측면에서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아이템거래를 양성화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아이템거래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하는 오류"라고 덧붙였다.

◇ 규제·양성화 모두 한계..절충론 대두

규제론뿐 아니라 양성화론측도 이러한 대형 작업장과 각종 사이버 범죄 등 아이템거래의 역기능을 해소해야 한다는데는 공통된 입장이다. 더욱이 두가지 주장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고 있어 절충점을 찾아 문제해결에 접근하자는 주장이 최근 대두되고 있다.

먼저 규제론의 경우, 현실적으로 1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아이템거래 시장을 철저히 규제만 한다면 또다른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마치 성매매특별법처럼 규제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이템거래가 더욱 음성화돼 피해자는 줄더라도 피해정도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규제 반대론자들의 예상이다.

양성화를 시켰을 경우에도 사행성의 만연, 중국 작업장 등을 통한 국부유출 문제, 전자화폐나 마일리지 등 유사통화와의 문제, 양성화로 인한 또 다른 파생시장 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조세부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양측의 단점을 보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주장이 절충적 개선방안이다. 게임산업개발원은 최근 발간한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규제를 전제로 일정범위 내에서 아이템거래를 허용하는 방안 등 절충방안에 대한 안을 내놓았다.

현금거래의 주체, 현금거래 금액, 게임이용 시간이나 서버 등에 따라 제한을 두면 역기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이 안의 핵심내용이다. 현금거래를 허용하되 관련 게임사와 중개사에 대해 규제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