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깍듯이 인사하면서 담배를 무료로 나눠주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홍보행위를 찾아볼 수 없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고, 담배 값도 계속 올리고 있다. 담배의 무료 배포행위 금지와 담배 값 인상은 특별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줄이는데 효과 있는 정책이다.

요즘 온라인 게임 중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동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게임에 중독 되어서, 금년에만 게임하다가 죽은 사람이 다섯 명이 넘고, 부모가 게임에 빠져 아기를 방치해서 사망한 사건, 자신의 캐릭터를 죽인 사람을 찾아가 칼로 찌른 사건, 게임 속의 자동차 경주를 현실에서도 경험하고 싶어 초등학생이 자동차를 훔쳐 몰고 다니다 사고를 낸 사건 등 게임으로 인한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금 게임 중독은 일부, 또는 특수한 계층이나 아동, 청소년들의 일탈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일종의 신드롬이다. 국정감사 기간에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게임중독 예방 대책을 추궁했고 정보통신부, 문와관광부 등 관련부처에서도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down) 제도를 도입하는 법률안이 발의되었고, 많은 학부모들이 이 제도의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중독이 수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하고, 6~7세 아동부터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게임에 빠져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중독성 짙은 게임들이 돈을 내지 않고 공짜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정글’과도 같은 온라인 게임을 공짜로 이용하게 하는 게임 회사들의 판매 전략은 중독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재미를 주는 가장 큰 요소는 ‘아이템’인데, 무료 게임 속에서 아이템은 주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이템’을 둘러싼 비교육적인 행태들이 청소년들의 동심에 심각한 상처를 주곤 한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아이템 사기와 유료 아이템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아이들의 절규에 찬 글들이 넘쳐나지만, 이에 대해 친절히 반응하는 게임회사들은 전무하다.

이러한 삭막하고 살벌한 세계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부모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무료게임 정책은 전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영양가가 높은 음식보다 입에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모든 슈퍼마켓과 패스트푸드 점에 진열된 과자와 햄버거들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면 양질의 음식을 먹이려는 부모들의 노력이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분명한 사실은 게임을 시작해서 맛을 조금 들이는데 까지만, 공짜라는 것이다. 게임에 빠져들게 되면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짜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아이템 판매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간 수천 억 원씩 되는 것이다. MMORPG게임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했던 ‘바람의 나라’가 그동안의 유료가격제도를 포기하고 최근 공짜게임으로 탈바꿈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중독적 증세는 담배나 알콜 중독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 금단현상, 집착, 지나친 의존, 현실감각 결여, 강박관념, 조절능력 상실 등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의 증상들이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약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강력한 제도적 규제에 버금가는 규제정책이 시행되어야하고, 그 핵심에 공짜로 게임이 제공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중독성이 높은 게임을 공짜로 하게 하면서 시행하는 모든 대책들은 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