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新문화만들기]최종환 라면천국 운영자 3년째 봉사
마치 기계 같았다. 다부진 체격의 청년이 라면 박스를 옮기고 야채를 썰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에서, 비숙련이 아닌 숙련 노동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숙달된 조교'라는 표현을 연상시키는 그의 익숙한 움직임 앞에서 '남성은 주방일을 잘 못한다'는 고정관념은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다음카페 '라면천국'의 운영진 최종환 씨(32)는 매달 둘째 주 토요일은 "책상에서 달력을 치워놓는 날"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이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라면 봉사를 나가는 날이다. 라면천국은 카페차원에서 매달 한 번씩 소외된 계층을 찾아가 무료로 라면을 끓여 대접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최종환 씨는 카페의 서울 구로지역 봉사활동 책임자로서,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라면을 끓인다.

대학생 때까지는 한 번도 단체 봉사활동을 경험하지 않았던 그가 3년 내내 라면 봉사에 개근하는 '죽돌이'가 된 것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2006년 어느 날 문득 '좋은 일 좀 해 보자'는 생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집(서울 가리봉동)에 발을 들여놓은 게 화근(?)이 된 것. 당시의 경험을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걸(봉사)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해 보니까 보람이 있는 거예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내가 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지 않으면 누가 끓여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구로 지역 봉사활동의 운영자까지 맡았으니,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일일이 연락하는 '귀찮은' 업무까지 매주 담당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스스로를 '게임업체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는 소시민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걸까? 질문을 던진 그 찰나에, 중년 여성 하나가 최씨를 보고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형제님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을 겁니다"라고. 최씨가 물음에 답했다.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참 쉽게 들을 수 있거든요"

"사실 회사와 같은 공간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그냥 당연한 게 되잖아요. 더 열심히 일한다고 누가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여기선 제가 뭔가를 베풀면 그 반응이 직접적으로 들어와요. 별 말 없는 사람들의 경우도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있고요."

최씨는 자신의 활동을 '사회를 위한 행동'이라거나 '훌륭한 일'로 포장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그저 스스로에게 만족을 주는 일이고,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경험을 얻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쿨가이'에게 있어 봉사란 '희생'이나 '헌신'보다는 '유희'나 '취미' 등에 더 가까운 단어인 듯했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다른 이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다. 봉사의 개념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