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5부:저작권문화-끝]서비스,기술개발시 'CDL' 도입해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냐.' 저작권 침해 논쟁에 휩싸인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새롭게 발표된 저작권법으로 더이상 면죄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저작권법(104조)에 따르면 개인간파일공유(P2P·Peer to Peer)나 웹하드 같은 특수 유형의 OSP는 불법저작물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권리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업체들은 뒤늦게 동영상 필터링 솔루션 등 불법복제 방지 장치를 공동 연구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시장은 곪을 대로 곪았는데 정부 규제가 무서워 마지못해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에 대한 아무런 방비책 없이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을 키우다 나중에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골머리를 앓는 것은 고질적인 병폐다.

'저작권'은 앞으로도 어떤 서비스나 기술 발전의 최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 런칭시 설계단계부터 '저작권'(카피라이트)을 염두에 둔 기술적 선행조치를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과 '궁합' 맞아야 살아남는다
SK텔레콤이 2004년부터 서비스 중인 '멜론'. 월 5000원에 휴대폰으로 한달 시효의 음악을 무제한 내려받을 수 있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통해 사적 복제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이종터미널에서 자신이 구매한 파일을 실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의 '멜론'이 먼저 저작권 보호장치를 갖추고 서비스한데 이어 후발주자인 LG텔레콤의 '뮤직온'과 KTF의 '도시락' 역시 DRM을 도입하면서 휴대폰을 통한 음악 내려받기는 저작권 양성지대로 자리잡게 됐다.

DRM은 A이통사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B이통사로 이동한 후 이용할 수 없는데다 컴퓨터를 제외하고는 다른 기기들과 호환이 용이치 않아 폐쇄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용자, OSP, 저작권자의 공존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음반시장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싸이월드의 BGM 역시 마찬가지. 1곡을 500원에 내려받아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장식하게 함으로써 음악 역시 '구입'해야 할 생산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반면 저작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P2P 음악서비스업체 '소리바다'는 유료화 선언 후에도 음반업계의 눈엣가시로 남아 있다.

◇제2, 제3의 저작권 사각지대 막아야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트리밍용으로 만든 MPEG4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용한 디빅스(Divx)는 DVD, VCD, MP3, 음악CD 등을 모두 재생할 수 있다. 가전제품과 PC분야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업체들이 다년 간의 연구 끝에 디빅스플레이어 개발에 성공했으나 역시 저작권이 문제다.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내려받은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계속된다. P2P나 웹하드를 비롯한 불법 내려받기가 근절된다 해도 제2, 제3의 P2P나 웹하드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신기술, 신규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용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범법자가 되고, 서비스업체들은 저작권 침해의 방조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작권과 별개 사례지만 'SDL'을 기반으로 운영체제(OS) '윈도비스타'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SDL(Security Development Lifecycle)은 소프트웨어 제품 출시 전에 소스코드를 면밀히 점검해 보안 취약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개발 프로세스다. 개발자는 보안 취약성을 예방하기 위해 SDL에 따라 잠재적 보안문제의 소스코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OS에서 데이터베이스(DB), 애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를 먼저 개발한 후 보안 취약점이 나타나면 나중에 패치를 제공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패치 개발과 배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설계 초기부터 소스코드의 보안 위협요소를 잡아내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안업계의 SDL 개념을 온라인서비스업계의 저작권 문제에 도입한다면 온라인상의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는데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CDL(Copyright Development Lifecycle) 개념을 온라인서비스에 접목하자는 얘기다. 온라인서비스업체가 신규 서비스나 플랫폼을 출시하기 전에 서비스 기획단계부터 저작권 보호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면 P2P 같은 '저작권의 사각지대'가 형성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 도입 단계부터 보호조치 강구해야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도입 단계부터 저작권 보호를 의무화하면 신기술 및 서비스 개발 자체가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그를 찾는 이용자층을 형성한 뒤 저작권 문제는 추후 해결해 나가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기술 발전만 우위에 둘 때 그에 따른 부작용은 단지 해당 저작권자의 피해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산업 및 시장의 초토화로 이어지게 된다. 고사 직전에 빠진 음반시장이나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경영위기가 이를 대변해준다.
　
음반업계의 경우 지난 5년간 불법복제로 인해 시장규모가 4분의1 이하로 줄어들었다. 영화산업 역시 2년 사이 연간 피해액이 4배가 늘어 4083억원에 달한다.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영화를 48편 만들고도 남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아예 양질의 콘텐츠를 양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붕괴된 시장을 재생하기 위해 치러야할 기회비용은 저작권을 방치함으로써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작권대리 중개업체 한국문화기술 임동권 사장은 "'영파라치' 제도 등 저작권 침해사례가 발생하고 난 후의 규제나 DRM 등 기술적 보호조치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가 편법으로 타인(혹은 타사)의 창작물을 성장기반으로 삼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들 스스로 미리 저작권 침해 유무에 대해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저작권 보호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