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자 191만명 중 49%가 청소년...부모들 관심갖고 동반상담 받아야
"게임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윤정훈군(가명)은 게임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학생이었다. 부모님이 오래전 이혼해 어머니가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하루 대부분을 게임을 하며 혼자 지냈다. 수험생인 누나도 정훈이를 신경쓰기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어머니와 누나가 없는 낮시간에는 학교도 가지 않고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어머니가 "게임을 그만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방문에 칼을 꽂고 게임을 하는 등 게임에 대해 강한 집착과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정훈이의 공격성은 게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훈이가 좋아한 것은 총 쏘는 게임이었다. 게임에 나오는 상대방을 어머니, 선생님 등으로 가정해 통쾌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게임에만 의존하는 정훈이는 학교 측으로부터 자퇴를 권고받은 상황이었다.


◇"게임중독 상담치료는 어떻게?"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방문한 실제 학생의 사례다. 이처럼 심각한 게임중독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의 경우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지 않으면 그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게 된다.
　
정훈이도 결국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 30차례에 걸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통해 드러난 정훈이의 게임중독 증세는 '고위험사용자군'으로 분류됐다. 상담사는 정훈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무엇보다 정훈이의 외로움을 달랠 대상이 필요했다. 우선 강아지를 키우게 해 정훈이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찾도록 했다.
　
또 체육관에 등록해 검도와 복싱으로 정훈이를 게임에서 멀리하도록 유도했으며, 정훈이 어머니에게도 낮시간에만 근무하는 직장을 찾도록 권유했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정훈이도 변화를 보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정훈이를 변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다.
　
상담을 완료한 후 정훈이의 게임중독 증상은 '일반사용자군'으로 내려갔다. 비록 정훈이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현재는 게임을 끊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의 게임중독 방치하다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지난해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독자 191만3000명 가운데 93만8000명(49%)이 청소년일 정도로 청소년들의 인터넷중독률은 높은 상황이다. 인터넷중독 중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정도다. 그만큼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에 많이 의존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등촌동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도 상담받으러 온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상담실은 가득찬 상황이고 대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물론 상담실은 철저히 사생활 보호가 유지됐다.
　
실제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는 현재 1주일에 평균 50여명의 학생이 상담을 받으러 온다. 지난해 전체 내방자는 2087명이었다. 상담을 받는 절차도 간편하다. 사전에 센터에 연락해 상담사와 시간을 정하고 방문하기만 하면 된다. 센터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부모들까지 있다.
　
상담은 평균 10회 정도로 진행된다. 청소년들의 중독강도에 따라 횟수는 조정된다. 상담이 완료되기까지는 3~6개월이 소요된다. 상담기간이 길다보니 중도에 포기하는 청소년들도 있지만 꾸준히 상담을 받다보면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은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선임연구원은 "꾸준히 상담을 진행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아직 게임중독 상담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을 많이 한다고 단순히 윽박지르기만 하면 자녀들의 게임중독을 더 부추기는 효과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는 자녀들의 게임중독은 걱정하면서 정작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치료 과정에서도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다. 부모들은 1~2번의 상담치료로 자녀들의 게임중독이 치료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상담치료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부모들도 있다. 자녀들이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아닌지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까지 있다.
　
일례로 2008년부터 예당온라인이라는 게임업체 건국대학교병원과 진행한 게임중독 치료프로그램의 경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신청자가 없을 정도다. 자녀들이 상담 등을 포함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데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인 데 따른 결과다. 그러는 사이 자녀들의 게임중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상담치료 과정에서는 부모들에 대한 상담도 병행된다. 부모들의 생활습관이 자녀들을 게임중독으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체크한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광진I-WILL센터 상담사업팀장은 "중독치료는 다양한 변인을 진단하고 종합적으로 치료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몇 번의 상담치료로 자녀들이 변화됐더라도 재발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양적 변화보다 질적 변화에 기대를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