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게임업계, 게임 과몰입 막기에 '혈안'··가정에서의 노력도 필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보면 얼마나 친환경적이냐는 점이 이미 중요한 글로벌 경쟁력으로까지 부상했다. 이 같은 흐름을 잘 읽어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과몰입 예방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말라"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지난 3월 임직원 회의에서 게임 과몰입 방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이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실제로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언급이 부쩍 잦아진 것은 올해 초다. 설 연휴 기간 장시간 게임을 즐기다가 이용자가 사망하는 사례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일부 게임업체들의 경우 과도하게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수년 전부터 게임업계의 자정 노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미흡하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관광부는 지난 4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공동으로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예상 외로 강력한 대책이 발표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넥슨의 3개 게임에 대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부 게임에 대해 밤 12시 이후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현재 77개의 게임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이용시간 자율적으로 설정)도 연말까지 100개 이상으로 늘이기로 했다.

여기에 '던전앤파이터' 등 현재 4개의 게임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피로도시스템도 연내 19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피로도시스템은 장시간 게임을 즐길 경우 페널티를 주는 제도다.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문화부와 국회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김기영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약속된 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도입과 시행을 위해 회원사 간에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이 적용이 빨리 진행될 수 있는 회원사의 경우 가급적 올해 3분기 이내에 도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문화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여성가족부에서 보다 강력한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업계의 자율에 맡기기보다 원천적으로 모든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막아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결국 게임산업 진흥과 청소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는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관련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풍선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령 셧다운제를 시행하더라도 부모의 계정을 도용해 게임을 언제든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노력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게임을 못하게 막기보다는 자녀들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시행되더라도 외국 게임의 경우 적용이 안 될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며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게임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자구책을 활용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