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시간 관리' 등 게임 과몰입 방지 제도··"잘만 활용해도"
#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김은주(41)씨.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면 좋겠다"는 아들의 말을 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아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이러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한 적도 여러번이다. 아들이 워낙 게임을 좋아해 착한 일을 하거나, 학교 성적이 오를 때마다 보상으로 게임을 즐기도록 하고는 있지만,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집에서는 안심이다. 강제적으로라도 아들을 컴퓨터에서 떼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PC방을 전전하며 게임에 넋을 빼 놓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극에 달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셧다운제'에 암묵적 동의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차라리 자녀들이 게임에 접근할 수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 게임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들만 잘 이용해도 자녀들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어린 자녀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똑똑한 부모'가 돼 보자. 집안에서 자녀들과의 입씨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자녀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은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 이용 시간은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부모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부 게임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게임 이용 시간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게임포털 '피망'을 운영하는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2008년부터 '자녀관리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부모가 자녀의 동의를 얻어 피망 홈페이지에서 자녀의 ID를 설정한 뒤 관리를 원하는 게임명을 선택하고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2시간만 게임을 즐기도록 강제할 수 있다.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문자메시지로 받아보는 방법도 있다. 넥슨이 운영하고 있는 '자녀사랑 알리미 서비스'다. 넥슨이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녀가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즐길 경우 부모의 휴대폰으로 해당 사실을 전송받을 수 있다. 이용 시간은 부모가 직접 정할 수 있다.

'자녀사랑 알리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넥슨 게임의 경우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이 즐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PC방 등에서 부모 몰래 게임을 즐기는 자녀들의 게임 이용 습관을 제어할 수 있어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넥슨은 현재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 등 13개 게임에 대해 알리미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넥슨은 이용 비율이 높은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 나라 등 3개의 게임에 대해 심야시간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의 자구책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통해 이뤄진 이번 결정은 밤 12시 이후에 청소년들의 접속을 완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행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자녀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부모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자녀들의 건전한 게임 이용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혹시 내 자녀가 게임중독?"

한게임은 지난해 3월부터 온라인 고객센터 내에 '이용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게임 부적응 척도'를 검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공동 개발한 이 프로그램으로 게임 중독의 초기 증세를 진단할 수 있다.

가령 '게임을 못하거나 갑자기 줄이게 되면 짜증나고 화가 난다'와 질문에 대해 '전혀 아니다', '가끔 그렇다', '자주 그렇다', '거의 언제나 그렇다'와 같은 답변을 하면 검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질문지는 총 21가지다. 자가 진단을 통해 자신의 게임 부적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게임은 보다 강력한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도 도입하고 있다. 이용자가 과몰입하는 특정 게임에 대해 1년간 이용을 정지 시키는 제도다. 또 대상자 중 특히 과몰입 정도가 심한 이용자는 지정 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부터 무료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게임을 비롯해 몇몇 게임업체들이 병원과 연계한 상담 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률은 별로 높지 않다"며 "게임 과몰입에 대한 걱정은 않지만 실제로 자녀가 게임 과몰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모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게임 과몰입이 심각하게 진행된 자녀의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막연하게 자녀의 게임 이용을 차단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김기영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들을 통해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으로 고용창출과 국가의 경제위기 돌파에 크게 기여한 게임산업에 대한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