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과 유사한 가짜 사이트를 개설한 뒤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빼내는 이른바 '피싱'(phishing)을 통해 남의 돈을 가로챈 일당이 처음으로 구속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4일 피싱 사이트를 개설해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남의 돈을 몰래 빼낸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이모(27)씨 등 일당 3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8월12일께 H은행 인터넷뱅킹 홈페이지 주소와 유사한 피싱사이트(www.oooobank.com)을 만든 뒤, 인터넷 까페에 '저리로 많은 한도의 대출을 해준다'고 광고했다.

이후 이를 받고 연락한 고객들에게 해당 피싱사이트에 접속해 대출을 신청하도록 유도, 피해자가 입력한 인터넷뱅킹 ID,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을 알아내 이들의 계좌에서 잔고를 인출하는 수법으로 모두 12명으로부터 1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피싱 사이트가 당국에 의해 차단되자, 또다른 은행의 피싱사이트를 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 송모(30)씨는 H은행에 전화와 e-메일로 `피해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2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들 일당은 남의 금융 거래 정보를 알아낸 뒤 인터넷 뱅킹에 필요한 기존 공인인증서를 폐기하고 새 인증서를 발급받아 계좌이체를 했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피싱서버를 뒀으며, 범행 전과정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IP 추적이 어려운 무선랜을 사용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심지어 피해은행에 협박할때도 타인의 무선랜 장비에 접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선랜을 사용할 경우, 주파수 범위내에서는 누구나 접속할 수 있어, 추적을 쉽게 따돌릴 수 있었던 것.

경찰은 향후 인터넷뱅킹 관련 범죄예방과 대응활동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원 및 금융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키로 했으며, 인터넷 검색활동을 강화해 유사범죄를 적극 차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