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 2020]④ VR의 빛과 그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전세계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착한 기술, 착한 활용(Good Tech, Good Use)'를 주제로 인류 문명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올바른 방법론을 제시해본다.
#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학교에 ‘헤드셋 VR(가상현실) 기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헤드셋 VR 기기가 시력 발달 단계에 있는 초등학생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차라리 스마트패드 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VR 콘텐츠를 이용해 달라는 주문이다. 교육부는 VR 콘텐츠를 10분 이내로 이용하고 이용 뒤에는 적어도 10분 이상 휴식을 취해 줄 것도 당부했다.

VR 기술을 두고 신체·정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가상·증강현실 기술에 관한 기술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VR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볼 경우 건강 악영향, 현실 부적응 등이 뒤따를 수 있다.

먼저 VR 영상 콘텐츠는 이용 후 어지럼증, 두통, 구토 등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동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령,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는 몰입도가 높지만 시간 지연과 잔영으로 인해 어지러움과 멀미를 느낄 수 있다.

VR 장비를 착용하면 시선을 돌리는 속도와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 사이에 지연이 발생한다. 이 때 눈으로 보는 것과 뇌로 판단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누적되면서 사이버 멀미를 유발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시적인 공황상태나 광 과민성 발작 증상, 뇌전증(간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선 멀미나 어지러움증을 해소하기 위한 트래킹 기술 등 다양한 대안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이용시간을 조절하는 것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VR 영상이 다른 영상, 게임 콘텐츠에 비해 몰입감이 높은 데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 뇌에 왜곡된 기억을 심거나 정서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중독 증세를 일으키거나 강한 자극에 노출될 경우 정서 발달, 감정 통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세 이하 유소아가 혼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도 보호자의 지도에 따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향후 가상·증강현실 기기에 대해 최소연령 기준의 권고안 및 보호자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관계자는 “영상·음악·게임 등 아이에게 무심코 보여주는 10분의 콘텐츠로 인해 과의존에 빠질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VR기기를 육아 또는 교육 도구로 이용하는 것도 방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