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터넷세상]1개 기업에도 못미치는 정부 예산…내년 예산 증액될까?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별 업체들에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인터넷·게임 업체들이 중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정부의 과도한 '등 떠밀기'도 문제라는 분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NHN 등 국내 주요게임업체들은 지난 8월 '게임문화재단' 2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게임문화재단은 90억원 가량의 출연금으로 구성됐으며, 게임 과몰입 해소와 중소 업체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주요 업무는 게임 과몰입 예방이 될 예정이다.

출연금은 업체 규모에 따라 별도로 책정됐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NHN 등 이른바 '빅3' 게임업체들이 각각 20억원씩을 출연했으며,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등 2위권 업체들이 10억원 안팎의 출연금을 내기로 했다. 이렇게 조성된 90억원 가량의 출연금은 앞으로 게임문화재단의 이름으로 사용된다.

게임문화재단의 출범은 게임업체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발표하면서 게임문화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고, 결국 기금이 조성됐다. 물론 게임산업협회가 이 과정에서 함께 논의를 했지만 '반강제성'을 부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과몰입 이슈와 관련해 게임업체들은 수세적인 위치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협회 차원에서 게임문화기금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기금 조성 과정에서 잡음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별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규제 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따라 다양한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게임과몰입 방지를 위한 별도의 부서를 두는 것은 물론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게임업체들은 갈수록 그 비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경우 게임 과몰입 방지 및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연간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게임문화기금에 출연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30억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 7곳의 인터넷중독 예방 예산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관련 업무와 개별 기업의 업무가 차이가 있고 공익성 차원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관련 예산을 증액한다는 계획이지만, 예산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섣부른 전망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임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아직 미흡한 점이 있지만 게임업계도 노력하고 있는만큼 정부에서도 체계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