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터넷세상]범죄·사망자 속출 정부예산 37억뿐…상담치료 2%에 그쳐
경기도 여주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자녀의 게임중독으로 고민하다가 상담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집 근처에서 관련 기관을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서울에 있는 기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휴가를 내고 자녀와 함께 서울로 가기로 했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상담해주는 기관이 서울에도 불과 3~4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인터넷중독 예방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관련 시설 증설 및 인력 채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부랴부랴 예산 증액안을 내놓긴 했지만 '뒷북 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 쥐꼬리만한 '인터넷중독' 예산

20일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정부의 예산은 3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터넷 중독 예방 및 해소 종합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국방부 등 7개 부처의 인터넷 중독 관련 예산을 모두 합한 수치다.

실제로 인터넷 중독 예방 및 해소 정책의 총괄 부서인 행정안전부만 하더라도 올해 관련 예산은 1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인터넷 중독 예방 정책을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게임정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화부가 올해 내놓은 게임 과몰입 방지 예산은 5억2000만원이었다.

인터넷 및 게임 중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학생들의 교육을 주관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에는 별도의 예산이 잡혀 있지도 않다. 시도 교육청에 업무가 이관돼 중앙부처 차원에서 예산을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도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시도별로 협의체를 꾸려 예산을 함께 집행하기도 한다.

그나마 지난 3월 청소년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이관 받은 여성가족부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여가부의 올해 인터넷중독 예산은 21억원으로 책정됐다. 부처별로 발표한 인터넷중독 예산과 지난 3월 행안부가 발표한 전체 예산이 차이가 나는 것은 부처별 기준이 상이한 데 따른 결과다. 다소 예산이 부풀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사각지대에 놓인 인터넷중독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인터넷중독 예방 및 치료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 중독자는 200만명으로 중독률은 8.8%에 이른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예방교육을 받은 인원은 전체 인터넷이용자의 1.3%에 그쳤다. 상담 치료를 받은 인원도 중독자의 2%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선 상담센터에서는 시설 부족 및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상담센터 한 곳당 1주일에 50여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지만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청소년들로서 학교 수업 이후에 몰린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상담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인터넷 중독 수준도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9.2%였던 인터넷 중독률은 2007년 9.1%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정체된 상황이다. 인터넷 중독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년 7조8000억원~10조1000원 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사이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리던 할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 20대 무직자가 게임머니 충전을 위해 편의점에서 강도 행위를 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 "인터넷 중독 예산 확충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도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일단 중독자가 되면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매우 심각한 질병이므로 예방과 치료를 위한 관련 예산도 획기적으로 증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도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호락호락지만은 않다. 각 부처별로 유일하게 내년도 인터넷중독 예산을 공개한 문화부의 경우 내년 예산을 23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나마 올해 3월 문화부가 '게임과몰입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약했던 예산에서는 줄어들었다. 당시 문화부는 내년 관련 예산을 50억원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 중독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인해 예산을 못 늘렸던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 중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내년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와 여가부도 내년 관련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가부 관계자도 "예산을 보다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 각 부처별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예산안 확정의 법정 기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과장은 "다양한 인터넷 중독 방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고 인력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체계적인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을 배치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산 증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 서울광장에서 [u클린]청소년 문화마당 개최 ☞행사내용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