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모바일 세상]'전우치' VOD 하루만에 유출..스마트폰도 '속수무책'
#지난 3월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전우치'는 인터넷TV(IPTV)에서 프리미엄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자마자 불법 영상파일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IPTV 등에 VOD서비스를 제공한 영화 '용서는 없다' 역시 VOD로 나온 지 하루 만에 불법 유출됐다.

#직장인 이민호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 생활을 즐기고 있다.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동료에게 소개받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방송드라마나 영화 등을 즐겨본다. 방송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앱도 있지만 유료여서 손이 가지 않는다. 또 무료로 받은 음악파일을 듣거나 나만의 벨소리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디지털 유료방송 VOD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한 영화 불법유출이 늘어나고 있다. 또 스마트폰 가입자가 350만명을 넘는 등 모바일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 저작권 침해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통신 환경의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저작권 문제가 대두한 것이다.

◇IPTV·스마트TV 불법저작물 유통경로 되나

영화 '전우치' 등 IPTV 등의 디지털방송서비스를 이용한 콘텐츠 불법유출은 디지털셋톱박스와 컴퓨터를 연결, 캡처해서 만든 파일을 인터넷에 유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디지털방송을 TV나 모니터로 전송할 때 불법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조치들이 적용되지 않는 아날로그홀이 생기는데 이를 통해 영상을 불법으로 만들어 유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IPTV나 디지털케이블TV 등은 업체당 최고 7만~8만편 넘는 VOD를 제공하고 있어 불법저작물 유통통로로 활용될 경우 콘텐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최근에는 DVD 등이 발매되기 전에 우선 프리미엄 VOD 형식으로 IPTV 등에 영상콘텐츠가 먼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IPTV에서 콘텐츠가 불법유출될 경우 2차 부가시장에서 수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조만간 등장할 스마트TV 역시 불법저작물의 유통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마트TV란 TV로 인터넷에 접속해 앱스토어 등에서 영상콘텐츠를 이용하거나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TV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수신제한시스템(CAS)을 통해 과금을 한 가입자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적법한 이용자만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등의 사전 저작권 보호 기술이 취해지고 있다. 또 콘텐츠에 저작자의 정보를 삽입하는 워터마크나 구매자 정보를 삽입해 포렌식마크를 통해 저작물이 유출되더라도 유출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 등도 발달했다.

◇스마트폰 환경, 저작권 문제는?

최근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불법음원 다운로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중국의 불법음원 공유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적발했다. 불법음원을 스트리밍,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벨소리로도 사용 가능하게 하는 앱이었다. 음제협은 이와 같은 중국 불법사이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와 공조해서 단속하고 불법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앱스토어업체에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직 스마트폰 도입 초기단계인데다 통신회사나 휴대폰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앱스토어를 통해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이 유통되고 있어 저작권문제가 크게 대두하지는 않고 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스마트폰 유통시장이 개방형으로 가는 추세여서 저작권 침해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문제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존 모바일 소프트웨어시장은 유통경로가 이동통신사를 통해 통제가 가능했는데 스마트폰 환경 하에서는 통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며 "단속이나 기술적 보호조치 등과 같은 것은 온라인, 인터넷의 저작권정책과 달리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현재 외부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스마트폰 환경에서 저작권제도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중순 연구결과를 통해 개선방안을 확정해 이를 반영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연말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단속만 능사? 상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단속만으로 저작권 침해문제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작권자와 이용자, 콘텐츠 유통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맞서는 저작권문제에서는 주체 간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저작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상생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IPTV나 디지털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통한 불법저작물 유통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료방송업계가 모였다. 문화부와 저작권위원회, IPTV, 디지털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업계가 불법저작물 유통 방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정부와 업계는 △콘텐츠 불법유출에 대한 경고자막 삽입 및 홍보 △저작자의 정보를 삽입해 유출을 방지하는 워터마크, 구매자 정보로 유포자를 추적하는 포렌식마크 등 기술조치 적용 확산을 위한 협력 △저작권 교육, 상담 등 관련업무 지원 △모니터링 강화 및 관련정보 공유 등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부터 저작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체인 저작권 상생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상생협의체는 최근 스마트폰 등 새로운 환경에서 저작권문제에 대한 실무협의체 논의를 시작했다. 저작권리자단체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OSP), 이용자들을 아우르는 상생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작권 상생협의체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환경이나 유·무선 통합 환경에서 새로운 저작물 이용방안과 새로운 체계 마련을 주제로 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조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으로도 상생협의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