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함께 만드는 'u-World' ③디지털EQ-청소년활동단

"유명 회사의 위장 홈페이지를 만든 뒤, 불특정 다수 이메일 사용자에게 메일을 발송해 위장된 홈페이지로 접속하도록 현혹하고 개인정보를 빼내는 행위를 일컫는 말은? 이거 금융사기로 이어지면 아주 심각해지죠? OOO, 자꾸 답 고치지 말고 썼으면 모니터 앞으로 돌려야지~"

"선생님, 안 고쳤어요~(웃음) 좀 헷갈려요!"

"정답은, 피싱입니다. 아직 상품권 못 받은 사람, 패자부활전 해볼까?"

지난 11월 3일 토요일 오전 이태원의 서울디지텍고등학교 컴퓨터 실습실. 사이버범죄예방활동단원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명 '네티켓 골든벨'이 한창이다.

피싱(phshing), 파밍(pharming) 등 인터넷에서 파생된 전문용어부터 윤리지침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하나씩 직접 출제한 문제들이다. 퀴즈를 맞춰 문화상품권을 손에 든 학생들 표정에 생기가 돈다.

온·오프라인에서 사이버범죄 예방활동을 하는 청소년 자율조직 사이버범죄예방활동단(이하 활동단)은 올 가을 어느 때보다 활기찬 활동을 전개했다.

활동단은 본지와 정보문화진흥원이 올해 u클린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디지털EQ 프로젝트'의 행동단으로 지난 2004년에 시작, 올해 4기를 맞았고 전국 4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1886명이 활동 중이다.

디지털EQ를 높이자는 기치로 모인 학생들의 바지런함은 인터넷을 상업성과 선정성으로 물들인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나쁜 인터넷 지우고 착한 인터넷 그려요"


안산공업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최근 인터넷 포털을 서핑하다가 입에 올리기 험할 정도의 댓글을 발견했다. 연예인 커플의 이혼을 둘러싼 공방에 가세한 네티즌의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섰던 것. A군은 즉시 포털 내 댓글 신고버튼을 누르고 삭제 요청을 했다.

같은 학교 C군은 모 포털에서 가출 청소년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다. 음란물을 다운받을 수 있는 유해 사이트는 수도 없다. C군은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듯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한다.

안산공업고등학교 최우성 교사는 "사이버범죄예방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점이 많다. 교과서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을 통해 사이버 범죄에 노출됐을 때의 대처법, 예방법, 신고법 등을 체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도 다이어트가 필요해요"


유해 사이트 신고가 직접적 피해를 막기 위한 상시 예방책이라면 인터넷 바로 쓰기 운동은 인터넷 문화를 바꾸기 위한 근본적 조치다. 활동단 학생들은 균형있는 식단 못지 않게 균형있는 인터넷 사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매월 두번째 토요일은 TV, 컴퓨터, 휴대폰에서 손을 놓는 'e-미디어 다이어트'를 벤치마킹해 '인터넷 休요일'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에 옮기는 활동단원들도 적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활동단의 주요 과제다. 쉬는 시간 틈틈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컴퓨터를 쓸 수 없을 때마다 모바일 인터넷을 즐기는 청소년들로서는 비록 활동단일지라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1학년 K군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게 손에 익어서 어색하지만 가급적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건전지를 꺼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범죄예방 희망 담아 UCC로


활동단이 사이버 범죄 근절의 희망을 담아 제작한 UCC(손수제작물)도 풍성하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강준석 교사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에 관심이 깊거나 졸업 후 진로를 그쪽으로 잡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몸 담을 업계를 스스로 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범죄 예방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사이버 범죄 예방 활동을 위해 활동단 학교마다 자체 실시한 포스터나 표어 공모전에서는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것처럼 수준급 작품들이 많았다. 만화, 책갈피 공모전에서도 청소년 특유의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각 학교별 축제에서는 공모전 입상작이 전시되고 네티켓 퀴즈대회 등 사이버 범죄 예방 활동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머니투데이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u클린 공모전에서는 글짓기과 포스터를 포함해 1500여 응모작이 접수되기도 했다. u클린 공모작은 심사를 거쳐, 내달 6일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