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⑦ 사이버 폭력
#서울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가영(17·가명) 양은 3년 전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서리난다. 김 양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 교내 동아리에서 사이버 따돌림을 당했다. 동아리원들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 양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나중에는 김 양만 남겨 놓고 모두 방을 나갔다. 하루는 카톡방에 있던 동아리원 8명이 김 양에게 이유 없이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금도 김양은 당시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양은 "차라리 두들겨 맞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잘못된 기술 활용과 그릇된 인터넷 윤리 의식이 가져오는 사이버 폭력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점점 교묘해지는 사이버 폭력에 신음하는 건 학생뿐만 아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여러 명에게 반복적으로 시달리다 보면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이버폭력 경험률(가해 또는 피해)은 33.5%에 달한다. 인터넷 이용자 3명 중 1명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것이다. 학생 4779명,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사이버폭력은 인터넷 공간에서 언어, 영상 등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 혹은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갈취 △사이버 강요 등이 모두 사이버 폭력에 해당한다. 이런 유형의 괴롭힘은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교 폭력과 관련해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출 및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선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증거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피해 학생은 괴롭힘을 당한 내용을 누가 볼까 봐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댓글이나 카톡 대화 내용, 사진 등을 본인의 휴대폰에서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의 36.6%는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본인의 아이디(ID)나 이메일을 삭제 또는 변경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이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과 적절한 대응 방법을 인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사이버 폭력 문제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정보 문해력)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 실장은 특히 "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일단 사전 개입이 불가능하고 사전에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꾸준히 받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