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클린2015]<11>해외 사업자 통한 불법·유해정보, 실효성 떨어지는 '접속 차단' 유일한 제재
머니투데이가 '정보사회 新문화 만들기'의 하나로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1년째를 맞았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디지털 문화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필수 기기가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시공을 초월한 정보 접근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스마트시대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사이버 왕따', 악성 댓글이나 유언비어에 따른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보안위협,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 과다사용으로 인한 중독 논란의 문제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년층 등 소외 계층의 정보접근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보격차도 커지고 있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u클린] 캠페인은 스마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함께 스마트폰 윤리의식과 기초질서를 정립하는 기존 사업방향은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함께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도래한 스마트시대, 새로운 부작용과 대응방안을 집중 조명하고 긍정적인 면을 더욱 키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 1999년 만들어진 대표적인 온라인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인 여성들을 촬영한 몰래카메라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음란물 제공을 대가로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등 음란물 유통 및 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라넷은 음란물 사이트의 대명사로 거듭났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현행 법상 음란물 촬영과 유통, 거래 모두 불법이지만, 해외를 서버를 둔 소라넷에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제재는 '접속 차단'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텀블러 등 해외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플랫폼을 통한 불법·유해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를 통해 음란물을 올렸다 적발될 경우 관련 법의 처벌을 받는 것에 비해 미미한 제재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능해 경찰의 수사 자체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 탓에 해외 사업자를 통한 불법·유해정보 유포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2014 방송통신심의 연감'에 따르면 불법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는 2013년 6만8223건에서 2014년 8만58건으로 1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 서버를 통한 접속 차단 결정이 5만7380건으로 전체의 7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32.7%(1만4125건) 증가한 수치다.

음란·성매매정보에 대한 시정요구 역시 3만2330건에서 4만9737건으로 53.8% 늘었는데, 이 가운데 76.0%(3만7817건)가 해외 서버를 통한 유해정보에 대한 접속차단 결정이었다. 온라인 불법·유해정보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해외 서버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서버 둔 국가 법 따르는 해외 사업자들… '접속 차단' 효력 떨어져
기본적으로 해외 사업자들은 서버를 둔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불법·유해정보를 걸러내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에 비해 심의 기준이 턱없이 낮을 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자의 경우 이메일 주소 외 별다른 개인정보 기입 없이 가입할 수 있어 미성년자들이 손쉽게 음란성과 폭력성이 짙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성인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해야만 모든 결과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한 구글의 사례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처럼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법에 따른 규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업자를 통한 불법·유해정보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이 유일한 조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라넷처럼 도메인을 바꿔 운영하거나 보안접속, 프록시서버 등 회피기술을 활용할 경우 접속 차단 조치는 무용지물이다.

모바일 시대의 소통수단인 SNS를 통한 불법·유해정보의 경우 사이트 기반 콘텐츠보다 적발하기 문제도 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SNS의 특성상 개별 게시물을 전부 들여다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례로 최근 음란물 유포 근거지로 떠오른 마이크로블로그 텀블러는 개별 블로그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한적 개방성을 택하고 있어, 음란물을 담은 블로그를 적발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들 블로그의 주소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유포된다.

현재 방심위는 총 66명의 인원을 동원해 △민원인 신고 △유관기관(경찰청, 서울시 등) 취합 정보 이첩 △자체 모니터링 등 방식으로 온라인 불법·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 요원을 늘리면 더 많은 불법·유해정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유관기관 이첩 자료 처리도 버거운 수준"이라며 "현재로선 자체 모니터링 수준을 월등하게 높이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외 적용' 조항 신설이 대안?… 실제 적용 어렵고, 이용자 피해 우려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규제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망법, 청소년보호법 등 관련 법에 '역외 적용'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은 그 중 하나다. 이를 통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근거를 명확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열린 '해외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역할과 규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향선 방심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법 역외 적용 문제는 해당 국가 법원의 판결이 구체적으로 내려지지 않은 한,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며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필요한 경우 관련 법 안에 역외 적용 조항을 규정해 명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해외 사업자들의 협조 없인 별다른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역외 적용 조항을 근거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취할 경우 일부 서비스 중단 등 조치로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유튜브의 인터넷실명제 회피 논란에서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2009년 구글코리아는 인터넷실명제 확대 적용으로 유튜브코리아 사이트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사이트 하단에 지역을 한국에서 다른 국가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아울러 국내 유튜브 서비스에서 영상 업로드 및 댓글 기능을 폐쇄해버렸다. 이로 인해 청와대 유튜브 페이지마저 국적을 한국에서 '전 세계'로 바꾸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튜브가 인터넷실명제를 피할 수 있는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르면서 국내 동영상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의 이탈 현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은 군소 서비스로 전락하고, 유튜브의 국내 점유율이 80%를 돌파한 대표적인 규제 역차별 사례로 남았다.

◇해외 사업자들과 '협력'과 규제 개선 작업 병행해야, "세련된 압박도 필요"
규제보다는 사업자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최근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불법성이 명확한 정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

방심위는 국내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해외 사업자들도 동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주도형 자율규제인 이 시스템은 방심위와 해당 기업이 적발한 불법·유해정보를 기업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 해외 사업자들이 참여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연내에 정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를 통해 해외 사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며 "연내 정식으로 시스템 운영에 들어가 내년부터는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규제 이행을 강요하는 데에서 발생한 '규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정의부터 구체적인 규제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불법·유해정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게 사실"이라며 "제도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아 국내 사업자들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고, 예측가능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사업자에 적용하기 민감한 규제라면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명확한 불법성에 대해선 해외처럼 강력하게 규제하고, 그 외 부분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노력하도록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해외 사업자들에 규제를 따르라고 무작정 요구하기 보다는 세련된 방식의 압박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내세워 규제 이행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에 국내에서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국제 수준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