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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알쏭달쏭 저작권법 "아하!"

[따뜻한 디지털 세상]u세상 행복나누기-성지고 저작권교육현장

성연광 기자  |  2008.12.04 08:30
[따뜻한 디지털 세상]u세상 행복나누기-성지고 저작권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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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성지고등학교 컴퓨터실. 40여명의 학생들이 칠판 대신 프로젝터 영상을 보며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곳 1학년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저작권 수업 현장이다.

성지고는 학생들이 저작권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사용관을 가질 수 있도록 1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8차례씩 저작권 교육을 한다.

사실 저작권을 몇차례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도 어려운 게 저작권 문제다.

이날 수업은 딱딱한 이론수업 대신 OX 퀴즈와 신문기사를 활용한 의견발표 위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보다 손쉽게 저작권을 이해하고 올바른 실천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P2P 사이트가 일반화되면서 학생들이 저작권 문제에 정면으로 노출돼 있는만큼, 학생들의 표정은 어느 수업보다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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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다? 아니다? 기자도 헛갈리는 OX

이날 수업의 주제는 '저작권의 보호기준'. 어떤 경우가 저작권 위반에 해당되고, 어떤 경우가 해당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수업이다.

선생님이 먼저 다양한 예시를 통해 저작권 예외조항들을 설명한 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국가의 헌법, 법률, 조약 등 법령은 보호받는 저작물이다?".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이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동안 받은 수업이 있어서인 지 이곳 학생들에게 이 정도 쯤은 식은죽 먹기인 모양이다.

"그럼 시험공부를 위해 친구의 참고서를 빌렸다. 그 후 학교 앞 복사 전문점에서 복사비를 지불하고 참고서를 부탁했다면, 참고서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학생들이 조금씩 헛갈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대부분이 정답을 맞췄다.

"시청에서 주민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사진 전시회에 나왔던 도시 전경 사진작품을 허락받지 않고 자료로 활용했다면, 시청은 그 사진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 질문에선 '침해다', '아니다' 대답이 팽팽했다. 정답은 저작권 침해다. 도시 전경을 촬영한 결과물이지만 사진의 저작권은 엄연히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

10여개의 OX 퀴즈를 맞추는 동안 학생들에게 저작권을 위배되는 상황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충분했다.

선생님의 느닷없는 질문 하나. "오늘 수업에 참관한 기자가 기사를 쓴 경우, 그 기사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저작권 장사하는 어른도 나빠요"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웹하드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다운받았던 과거 내모습이 떠올라 뜨끔했다. 이번 교육을 받은 후 저작권이 소중하고 중요한 남의 권리라는 것을 알게됐다. 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배운대로 실천해야겠다."

심심풀이로 음악을 다운받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보기 위해 그 드라마의 장면을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또 급할때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이용해 방학숙제를 할때도 있었다. 바로 이런게 저작권 위반인지 사실 그동안 잘 몰랐다."

OX 퀴즈에 이어 진행된 신문기사를 활용한 의견 발표시간이다. 이날 인용된 기사는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문제로 청소년들이 범법자로 전락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에 들어 저작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 앞에서 서슴없이 발표했다. 무의식 중에 인터넷 웹하드나 P2P사이트에서 불법복제된 영화나 음악을 다운받은 경험이 있다는 고백과 함께 앞으로 이같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주를 이뤘다.

한편에선 저작권을 악용해 돈을 버는 어른들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이날 발표한 한 학생은 "사실 우리처럼 저작권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인터넷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하면서도 범법행위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를 악용해 돈을 버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청소년들의 저작권 인식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조차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일부 법무법인들의 잘못된 행테를 꼬집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저작권 위반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4만5653명으로, 지난해 전체 적발건수의 두배에 달했다. 문제는 피고소인 중 상당수가 저작권 인식이 약한 청소년들이라는 것. 실제 초중고생들의 경우,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50~8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성지고 한승배 교사(45)는 "현재 영화, 음악 등 저작권 고소사건 10건 중 5건 이상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관내 고등학교에서만 5명의 청소년들이 고소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선플 달기에도 솔선수범

그나마 성지고등학교의 경우, 단 한명의 피해학생이 없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을 시행해온 덕분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저작권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데 이어 올해부터는 자율적으로 1학년을 대상으로 연 8시간씩 저작권 교육을 해왔다.

한 교사는 "사실 저작권 교육을 받았다고 100% 법을 지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스스로 조심하는 습관을 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며 "무조건적인 고소고발보다는 저작권이 얼마나 중요한 남의 재산권인지 학생들 스스로 인식해 올바른 사이버윤리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일선학교에선 이례적으로 저작권 수업을 정례화한 이 학교는 사실 용인 시내에 'u클린' 명문학교다. 이 학교는 지난 2006년부터 사이버 패트롤(남학생)과 사이버지킴이(여학생) 동아리를 운영해왔다. 이들 학생들은 악성댓글이나 청소년 유해물 신고하기, 선플 달기 운동 등을 자발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곳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 자율동아리 시간이나 가정에서 틈나는 대로 착한 댓글을 다는 이른바 '선플' 달기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6년과 2007년 방송통신위원회 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에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로부터 최우수 사이버범죄예방활동단 대상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지고 하상은 교장은 "따뜻한 디지털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일조했다는 것이 작은 보람"이라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인터넷 세상의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