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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40자로 고민과 마음 나눠요"

[따뜻한 디지털 세상]u세상 행복나누기-SKT 모바일상담서비스

김은령 기자  |  2008.11.20 10:00
[따뜻한 디지털 세상]u세상 행복나누기-SKT 모바일상담서비스
# '힘이 들어 서재에서 목을 맸는데 실패했어요. 살기도 죽기도 힘들어요' 장영화 모바일 상담사의 프로그램에 문자메시지가 떴다.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 장 상담사는 문자를 보낸 김주은 양을 달래기 시작했다.

강압적인 부모님, 성적 걱정으로 고민이 가득한 고3 주은 양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한 번 더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장 상담사는 주은 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달래기 시작했다. 다소 안정이 된 것으로 보이자 주은 양에게 지역 청소년 상담센터를 연결해주고 오프라인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상담을 받은 주은 양과 장 상담사는 그 후로도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문자메시지는 주은 양에게 선생님이자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됐다. '#1388 모바일 상담 서비스'를 통해서다. 하루 250여명의 청소년이 38명의 상담사와 주고 받는 모바일 상담에서는 주은 양의 예와 같이 자살을 생각할만큼 심각한 고민부터 진로 고민, 성 상담, 친구 관계까지 다양한 문자메시지가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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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의 익명성이 상담의 문을 낮췄죠"

보건복지가족부와 SK텔레콤, 비영리법인 동서남북이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바일 상담 채팅서비스'는 시행 첫달 하루평균 955건 수준이었지만 지난 9월엔 하루 평균 5178건으로 급히 늘었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상담이라는 점 때문이다.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19세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60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문자메시지는 청소년에게 가장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이다. 이같은 엄지족에게 문자 상담은 안성맞춤인 상담이다.

또 신변 노출이 없다는 것도 청소년들에게 부담을 줄여줬다. 상담의 문을 낮췄다는 평가다. 모바일 상담 팀장을 맡고 있는 장 상담사는 "상담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데 문자를 통한 상담은 익명성이 보장된만큼 스스로 찾기 쉽다"며 "상담 통로가 부족해 방황하던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0자 짧은 문자가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은 적지 않다. 감성적이고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작은 관심은 어떤 약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송이 상담사가 전한 한 학생과의 상담이 그 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A양. 그러나 A양이 친구들에게 특별히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송이 상담사는 A양의 고민이 '자신감 부족'에서 생긴 것이라는 판단에서 "친구들에게 물건을 빌리거나 사소한 질문을 통해 말을 걸어보라"고 조언했다.

매일 '못하겠어요'란 답장을 보내던 A양에게 꾸준히 권유를 했더니 어느 순간 '친구가 생겼다'는 문자가 왔단다. 상담 초기 하루에 수십개의 문자를 보내던 A양은 요즘 가끔씩 잘 지낸다는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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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상담사 "모바일프렌드(MF)예요"

문자에 답장을 보내는 것. 얼핏 어렵지 않은 일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 문화에 대한 이해와 돌발 상황에서의 순발력,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38명의 상담사 대부분은 국가 공인 자격증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갖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 청소년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상담사들의 공식 명칭이 모바일프렌드(MF)일 정도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례로 이들은 10대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모두 꿰고 있다 가끔 '전 XX를 좋아해요. 선생님은 어떤 가수 좋아하세요"라는 문자가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용어 숙지도 필수다. "한 번은 '안말찌여서 친구가 없어요'라는 고민을 받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했어요. 당장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안말찌는 안경쓴 말라깽이 찌질이란 뜻이더라구요. 아이들이 잘 쓰는 줄임말, 신조어는 외워두고 있어야 해요. 이모티콘 사용도 빼 놓을 수 없죠"(한송이 상담사)

긴급한 상황에서는 순발력 있는 대처도 필요하다. 특히 상담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자살 고민이다. 장 상담사는 "새벽 1~4시 사이에 자살하고 싶다는 상담이 오면 긴장하게 된다"며 "우선 상담 학생을 진정시키고 학생의 위치가 어디인지 거부감이 들지 않게 물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성 문제나 진학 상담, 가족 문제 등 다양한 고민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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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도 있지만 보람이 더 커요"

물론 문자메시지 상담의 한계도 있다. 특히 가장 어려운 것은 전화에 비해 양방향성이 부족하다는 것. 장 상담사는 "상담을 하다가 갑자기 문자메시지가 끊어지면 허탈하고 걱정이 된다"며 "다음날 먼저 안부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데 끝내 답장이 없으면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40자가 주는 한계도 있다. 제공받는 정보의 부족으로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최근 '모바일 상담 채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대폰 화면에 채팅창이 생성돼 상담원과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용료는 물론 무료다.

상담사들은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특히 시간이 흐른 뒤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가 가장 그렇다.

권성선 상담사는 문자만 주고받던 학생을 직접 만난 경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마침 집 근처에 살고 있단 상담 학생을 만나 밥을 사주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는 것. 권 상담사는 "문자로 친해져 있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 터놓고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인상적인 경험이 됐고 그 학생에게는 문자 상담 프로그램을 떠나 평생 멘토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상담사는 "모바일 상담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작했을 것"이라며 "IT 강국 특성에 맞는 상담으로 청소년들의 힘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