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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할머니의 좌충우돌 인터넷 배우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수상작]글짓기 초등부 대상

성예진 기자  |  2007.12.06 16:40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수상작]글짓기 초등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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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덕분이죠. 지금도 가끔씩 이메일을 주고 받아요."

초등부 대상을 수상한 성예진 학생(서울 명덕초 6학년)은 유난히 수줍을 많이 탔다.

연중행사로 드물게 서울 나들이를 하시는 할머니다. 서울에 오시면 시골에서와 달리 소일꺼리가 없어 적적해 하신다.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는 요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주손녀에게 먹이는게 낙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요리법 천지인데... 할머니를 컴퓨터 앞에 앉히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봉착한 최대 난관은 '더블클릭.'

"더블클릭을 못하시더라고요. 다운로드 되는 그림과 안되는 그림도 구분하기 어려워하시고요. 타자는 독수리타법이라도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았는데..."

할머니는 이제 예진양에게 배운 인터넷 검색법을 통해 요리법을 습득하신다. 서울에 있는 손녀에게 안부 편지도 인터넷으로 보내신다.

"할머니가 컴퓨터를 켜는 법도 모르셔서 처음에 당황하기도 했는데, 할머니 스스로도 즐거워 하시더라고요. 그 덕에 저는 글짓기 대상도 받고 좋네요."



강원도 원주에 사시는 할머니가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시골 냄새 가득 찬 커다란 감자를 바리바리 싸오신 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셔서 정말 심심해 하셨다. 가꿀 텃밭도 없고, 길을 잃을까봐 외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서울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주일동안 할머니는 거실에서 찐 감자를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시는 수밖에.

텔레비전이라면 얼씨구나 달려드는 나조차도 일주일 내내 텔레비전만 본다고 생각하니 끔찍함과 지루함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보다 못해 나는 할머니께 새로운 문명을 경험시켜드리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인터넷을 가르쳐 드리면 비스듬히 누워서 텔레비전만 쳐다보는 것보다는 훨씬 유익한 서울 생활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리채널만 보고 있는 할머니께 인터넷으로는 어떤 요리든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대로 검색할 수 있다고 알려드리리라. 다시 시골로 내려가신다고 해도 나와 메일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다면, 할머니도 심심하지 않고 나도 보람이 느껴질 테니까.

“할머니, 할머니, 제가 인터넷 가르쳐드릴까요?”

할머니의 마음을 떠보자 할머니 반응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그런 거 일 없다. 기계는 복잡하기만 하고...... 아이고, 생각하기도 싫다.”

“할머니 좋아하는 요리법도 많이 나와 있고, 저랑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마을회관에서 어쩌고 하더라. 그런데 나 같은 늙은이도 할 수 있으려나?”

오호, 반은 넘어오셨다.

“그럼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텃밭 가꾸기보다 더 재미있을 걸요! 이 컴퓨터 안에 집도 지을 수 있고, 채팅이라고 해서 저랑 바로바로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고요, 요리법도 다 나와 있어요.”

할머니는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서, 어디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 사실 말로는 가르쳐드린다고 당당하게 소리쳤지만, 막상 할머니를 컴퓨터 앞에 앉히고 보니, 도무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인터넷을 가르쳐드리기로 한 첫 날, 나는 할머니가 컴퓨터를 켤 줄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을 배운 할머니는 모니터 켜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셨다. 몇 번을 반복해서 설명 드린 끝에 스스로 컴퓨터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장한 할머니가 되셨다.

드디어 바탕화면에서 인터넷에 들어가는 법을 알려드릴 차례. 나는 바탕화면의 익스플로러(Explorer)의 약자 ‘e'에 들어가는 것이 그토록 어렵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처음 깨달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기본적으로 더블 클릭이 되지 않았다.

‘더블 클릭’이라는 개념 자체도 이해를 못하는데다 겨우 이해를 했을 때는 손이 마음에 맞게 따라주질 않았다. 감자는 그토록 야무지게 잘 캐고 나물도 잘 다듬으시면서, 마우스만 잡으면 완전히 뻣뻣해지는 먹통 손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머니는 클릭이 빠르게 두 번씩 되질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사나운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갈 길이 먼데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 막히고 말았으니 기가 찰 수밖에.

"야, 이거 왜 이렇게 두 번이 안 눌러지냐, 잉?“

할머니 스스로도 답답한 모양이었다. 겨우 두 번 눌렀다 싶으면 마우스가 아무렇게나 움직여서 화살표가 엉뚱한 곳에 가 있곤 했다. 내가 하면 1초도 안 걸리는 이 쉬운 걸 할머니는 10분 이상 애써도 쉽게 되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께 컴퓨터를 가르쳐드리겠다고 선심을 쓴 내 자신을 잠깐이나마 원망했다. 드디어 할머니가 더블 클릭을 해냈을 때,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둘째 날, 첫째 날은 준비 운동만 한 셈이라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가르쳐드릴 셈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할머니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셨다. 언제 씨를 뿌려야 하는지, 어떤 뿌리며 잎은 못 먹는지, 내일 날씨가 어떨지 등등 입이 벌어지도록 아는 게 많았던 할머니였는데, 컴퓨터 앞에서는 그저 다운이라도 된 모양이다.

‘휴, 괜히 가르쳐 드린다고 했나?’

후회가 뭉글뭉글 끓어올라서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혼이 났다. 첫날 하던 걸 똑같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할 때마다 끓는 온도가 올라갔던 것이다. 첫날을 교훈 삼아 욕심 내지 않고, 둘째 날은 메일이며 채팅은 다 미루고 인터넷 서핑만 가르쳐 드리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비우니까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웠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요리가 나올 때마다 두꺼운 돋보기 너머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할머니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할머니는 다행히 예전에 타자기를 쳐본 적이 있어서 키보드를 사용은 생각보다 빨리 익히셨다. 한글 조합이 그래도 되니까 절뚝이는 독수리 타법이라고 해도 인터넷 검색은 어찌어찌 쉽게 진행되었다. 다만 마우스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아직도 더블 클릭은 어려워하고 하다 보면 마우스의 왼쪽 버튼이 아니라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또 원하는 컨텐츠를 마우스를 움직여 겨냥하지 못하는 데다 클릭이 되는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이건 왜 그림을 누르면 들어가는데, 이건 왜 그림을 아무리 눌러도 안 들어가지냐?”

나는 화살표가 손 모양으로 바뀌어야 눌러진다는 개념에 대해서 몇 차례나 설명을 해드려야 했다. 할머니가 겨우 이해를 하셨을 쯤에는 이미 나는 녹초가 되고 말았다.

셋째 날은 메일 쓰는 법을 알려드렸다. 메일 쓰기를 위한 회원 가입은 내가 얼른 해드리고(가입하는 방법까지 알려드리려면 일주일도 더 걸릴 테니까) 일단 로그인을 해서 편지쓰기를 하는 법으로 착착 진도를 나아갔다. 로그인을 하는 것만 해도 한 오백년은 걸렸을 것이다.

할머니가 자판을 너무 늦게 누르거나 자꾸 틀리는 바람에 이름이 이상하게 써졌다. 자판키 하나를 찾아서 누르는데 1분 정도씩이나 걸리는 듯 했다.

할머니는 받은 메일, 보내는 메일, 수신 확인, 임시 메일함 등의 용어는 익숙하지 않으셨지만, 편지를 써서 우체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대방에게 전송된다는 사실이 무척 즐거우셨나 보다. 타자를 쳐 본 경험이 이토록 유용하게 쓰일 줄은 할머니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할머니가 쓰신 메일은 몇 개의 철자가 틀린 것 빼고는 아주 훌륭한 편이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메일 쓰기 연습은 서울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 할머니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할머니의 일주일은 컴퓨터 앞에서 거의 메일 쓰기 연습으로 메워졌다. 할머니는 온갖 사람들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메일을 쓰고 또 쓰셨다. 사실 할머니 때문에 내 게임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입이 부루퉁하게 나올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는 할머니 모습은 보기 좋았다. 할머니가 막상 시골에 내려가시자 뭔가 허전할 정도였다.

며칠 후, 메일함을 열어보니까 한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물론 할머니가 보낸 거였다.

“예지나, 너가 컴퓨타를 가르처 준 덕부네 내가 편지도 보내고 좋다. 요리도 재미잇다. 시골 내려오면 맛잇는 거 많이 해줄게. 정말 고마워”

나는 할머니께 메일쓰기를 가르쳐 드리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답답할 때도 많았지만 참고 할머니에게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알려드린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할머니의 철자 틀린 메일을 자꾸 보니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나왔다.

한 통의 메일 속에는 좌충우돌 할머니의 인터넷 배우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따스한 정이 내 마음에까지 번져서 나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싱글벙글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