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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은 내가 그렸소"…어느날 AI가 저자권을 요구했다

[u클린 2017]4차산업혁명 시대의 지적 재산권

김은령 기자  |  2017.10.19 03:39
[u클린 2017]4차산업혁명 시대의 지적 재산권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3년째를 맞았다. 과거 유선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상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에서도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면의 그늘도 피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초연결로 표현되는 만큼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폭력, 해킹 등이 우려되며 정보 접근 정도에 따른 양극화 등의 부작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올바른 지능정보 사회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원숭이가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빼앗아 셀카를 찍었다. 이 사진이 ‘원숭이가 찍은 셀카’로 유명해지자 사진 작가는 사진집을 냈다. 그러자 한 동물보호단체가 원숭이를 대리해 저작권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 몇년간 지속된 법적분쟁은 최근에서야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됐다. 사진작가와 동물보호단체가 수익 일부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키로 했다. 원숭이의 저작권을 인정하게 된 첫 사례가 됐다.

#지난달 22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케이프타운 인근에서 진도 3.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진연구소가 지진 발생 사실을 발표하자 LA타임즈가 6분 만에 지진발생 속보를 쐈다. 퀘이크봇이라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자가 쓴 기사였다. 퀘이크봇은 이미 2014년 3월 LA에서 일어난 지진 속보를 보도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사 작성에 걸린 시간은 단 8분이었다. 미국 서부 언론사 가운데 가장 빠른 보도였다.

원숭이가 찍은 셀카나 퀘이크봇이 작성한 기사와 같이 인간이 아닌 주체가 만들어 낸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AI가 문화, 예술 등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AI의 저작권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 것인지, 혹은 AI가 인간의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문학·예술 영역까지 넘보는 AI…뒤쳐진 저작권법=지난해 5월 성남아트센터에서는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피아노 치는 로봇인 테오 트로니코가 피아노 대결을 펼쳤다. 테오는 53개 손가락을 가진 피아노 로봇으로 1000여곡을 연주할 수 있다.

음악 뿐 아니라 미술, 문학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문화, 예술 등 창작 분야까지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AI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I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 제도적인 개선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은 저작권 주체는 인간으로 한정돼 있어 AI의 결과물은 보호받기 어렵다. 다만 AI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소유자나 설계자가 AI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갖고 책임도 지도록 돼 있다.

문화, 예술 부문에서 AI가 활용되는 초기 단계라 이렇다할 분쟁이 눈에 띄지 않고 있지만 향후 AI가 개발자의 명령이나 지시 없이 스스로 창작 활동을 하고자 하고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면 현행 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승우 단국대학교 교수는 “하나의 인격체 수준으로 AI가 발달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시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20년~50년 사이로 얘기하고 있다”며 “AI의 예술활동이 초기 단계지만 멀지 않은 미래를 예상해 본격적으로 저작물 보호에 대한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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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부터 AI 저작권 논의한 일본…한국은?=AI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활발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AI저작권 논의가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 10년간 AI 저작물 보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일본 지식재산전략본부는 논의 결과물로 지난해 1월 AI 창작물 보호의 필요성을 공식 제안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AI 저작권 보호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는 AI 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AI 창작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창작물 보호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1월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의결해 AI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마련했다. 결의안에 앞서 지난 2014년 로봇법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규제지침’을 제정했는데 이 가운데 AI가 만든 지식재산에 대한 법적 보호 필요성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은 AI 저작권보호 논의가 다른 국가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AI에 대한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과 시장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오히려 AI가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 등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공정이용’으로 간주하는 법원 판결이 나올 정도다. 아울러 저작권법 상으로는 ‘인간’을 주체로 명시한 규정이 없어 AI 창작물에 대한 법 적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점도 저작권보호 제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AI 창작물 보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하 차세대지식재산특별전문위원회가 올해 초 구성돼 AI 창작물 보호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달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에는 큰 틀에서 AI 창작물 보호 원칙과 정책 방향 제언이 담길 예정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AI 창작물 보호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역할”이라며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전문가가 모여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저작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AI의 창작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구체적인 법 제정, 개정과 관련한 부분이나 보호 수준 등을 놓고 이견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현행 저작권법 테두리 내에서 AI 창작물 보호 부분을 담을 것인지 별도의 법 체계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지식위 차세대특위에서는 전반적으로 AI가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의 변화가 야기될 사안이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또 보호 수준은 공중의 이익을 위해 현재 인간의 저작물 보호 수준보다는 낮게 설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승우 교수는 “AI의 문화, 예술 부문에서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한의 저작권 보호는 필요하지만 창작물이 공중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간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보호 수준보다는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