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최영희 청소년위원장.."위기청소년 통합지원체제 구축"
우리나라 청소년 정책이 확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청소년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청소년위원회는 기존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의 청소년국이 통합된 조직이다.

'위원회'라면 여타 정부부처에 달려있는 자문 기구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오산이다. 청소년위원회는 모든 정부 부처의 청소년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국무총리실 직속 기구다. 청소년위원회 출범과 더불어 위원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청소년위원회 초대 사령탑을 맡은 최영희(54) 위원장.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다양한 사회운동을 전개해오면서 정부의 청소년정책에 대해 비판과 질책을 가해온 시민 운동가다. 또한 10년간 청소년 단체 대표로 활동해온 청소년 정책 전문가다. 이를 반증하듯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과정에 자료 하나 없이 청소년 정책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당찬 어조와 외모에서 풍겨나는 '여장부'로서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청소년 정책을 얘기하는 그의 눈빛에선 우리시대 어머니로서의 애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3층에 자리한 최 위원장 집무실에서 청소년 정책 구상을 비롯해 구체적인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제 취임하신지 2개월쯤 되셨는데, 새롭게 출범한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인가요.

▶청소년위원회는 독립기관으로서 고유한 업무도 수행하지만 교육부, 경찰청 등 중앙 19개 부처로 흩어져있는 청소년 관련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총괄정책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달 처음으로 불법고용, 봉급착취, 성희롱, 인권침해 등 청소년 근로자(아르바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청소년 근로보호 종합대책을 위해 교육부, 노동부, 법무부, 경찰청 등과 함께 관계기관 협력회의를 가진 바 있습니다. 관계기관들끼리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마련된 종합대책에 따라 다시 각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인 셈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 위원회는 정해진 각 부처의 실천이 미진할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위원회의 가장 큰 역할을 꼽으라고 한다면 정부가 청소년들을 위해 적극 일하고 있다는 것을 청소년 당사자들과 부모들에게 확신시키고, 그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청소년 정책들은 무엇입니까

▶청소년 문제는 별개의 해결과제라기 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국민 의식과 제도, 각종 폭력 요소가 모두 반영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을 최대한 살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질과 장점들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역점사업은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면서 가출하거나, 끼니를 거르거나, 학대받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거론하신 위기 청소년 구제 대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위기 청소년들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 활동을 위해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영돼왔던 청소년상담원과 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통합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상담과 보호를 별도로 운영해왔던 것을 24시간 상담, 구조, 치료, 자활 등을 지원하는 원스톱 케어(One-Stop Car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이의 일환으로 16개 시도에 소재한 청소년상담센터에 보호기능을 추가해 청소년지원센터로 확대개편하고 청소년 보호부터 청소년 활동지원, 상담, 자원봉사 등 종합지원 기능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 그간 별도로 운영해왔던 청소년 긴급전화와 상담전화 등도 '청소년의 전화(1388)'로 통합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 위기 청소년들을 보호할 청소년 쉼터(일시 쉼터, 장기 쉼터)를 크게 늘리는 한편, 청소년 상담사와 직업상담사, 청소년지도사 등이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장기 쉼터에 머물고 있는 위기 청소년들을 종합적으로 보호 관리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춰 나갈 예정입니다.

-청소년들이 가치관을 형성해야할 시기에 입시굴레 속에 파묻혀 정신이 황폐해져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와 어떻게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까.

▶청소년 정책과 관련해 교육부와는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정책 교류를 이뤄나갈 예정입니다.

현재 청소년들이 두발 자유화와 교복 문제 등을 놓고 교육 당국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획일화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의 기회와 자율을 보장해주는 정책들이 많아야한다고 봅니다.

체벌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청소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체벌 자체가 아니죠. 그들은 '사랑의 매'와 그렇지 못한 매를 구별할 줄 알고 그렇지 못한 매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안에 대해 교육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협의해나갈 것입니다.

-최근 청소년위원회가 판교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성인위락지구' 지정을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청소년유해업소를 한곳에 몰아놓는다고 단속에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청소년위원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성인위락지구는 유흥주점를 비롯한 청소년유해업소를 상업지구 등 특정지역에 집중화하는 선진국형 제도입니다. 어차피 청소년 유해업소를 없애지 못할 바엔, 차라리 이를 최소화하고 집중하는 편이 청소년 보호에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분당이나 일산 등 신도시를 보면 신도시 추진 당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 단란주점 등 청소년 유해업소가 무차별적으로 생겨나 청소년들에게 적잖은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청소년들이 살고있는 주거지역에 성인업소 찌라시가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심지어는 한 건물에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독서실과 숙박시설이 혼재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 법령에 따라 학교 등 정화지구에는 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주거지구와 상업지구에 설치된 위락지구는 청소년들에게 무제한으로 노출돼 있지 않습니까?.

청소년을 보호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성인위락지구를 상업지구내 특정구역에 설치해 청소년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레드 존(Red-Zone)'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이는 반대로 청소년들이 맘놓고 푸르게 성장할 수 있는 '블루 존(Blue-Zone)' 확대를 위한 정책입니다.

-이에 대한 진행상황과 해당부처 및 신도시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첫번째 시범 지역으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시 등과 협의 중입니다만, 아직까지는 이에 대해 전반적인 인식이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나 담판이라도 지을 생각입니다.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는 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관철돼야 합니다. 앞으로 김포나 신행정수도 등 다른 신도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합니다.

-머니투데이는 올들어 'u클린-따뜻한 디지털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중독, 사이버 성매매, 사이버 폭력 등 각종 인터넷 역기능은 심각하고 이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이 멍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위원회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실제 청소년 정책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역기능 문제일 정도로 심각한 게 사실입니다. 청소년 성매매의 80% 이상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주선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를 청소년위원회 혼자 대응하기엔 역부족입니다. 기술적 대안이 부족하다보니 사이버 범죄는 하늘을 날고 있는데, 대책은 이제 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보통신부와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속에 이 문제를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보다 청소년들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현실공간을 만들어나가는데도 노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 문화의 인터넷 역기능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것이 인터넷 중독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현재 청소년정신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을 인터넷 중독 전문 치료사로 양성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또 인터넷 중독 예방활동을 위해 현실공간에서 함께 청소년들이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원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영희 위원장은
　
최영희 위원장은 전임 언론사 CEO인 동시에 지난 20여년간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운동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여성계 인사다.

특히 지난 19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직